저희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일주일에 16시간 일하는 걸로 꽤 유명해졌습니다. 외부에 나가면 이런 대화가 종종 있었습니다. "저희는 16시간 일합니다" 어, 의외로 놀라지 않는 눈치입니다. 근데 상대방이 다시 묻습니다. "하루에 말이죠?"
정말 일주일에 16시간 일하는 것이 계속 지켜졌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사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약간의 초과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기간 전체를 봤을 때 가장 많이 일한 주가 주당 18시간(한 번)이었습니다. 주당 16시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프로젝트를 마쳤다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BB가 무슨 프로젝트인지 궁금하시겠죠? BB가 어떤 프로젝트였는지는 지금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베타 테스트 결과 92%의 분들이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셨다는 이야기 정도만 해드릴 수 있겠네요.
인터뷰나 설문 등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해주신 분들도 계십니다.
짧은 사용 시간에 비해 큰 가치를 느꼈다
마음이 따뜻한 서비스다
꼭 있었으면 하는, 그러나 생각하지 못한 서비스
"짧은 사용 시간에 비해 큰 가치를 느꼈다"는 의견이 몇 번 있었는데, 저희가 서비스를 만든 방식도 비슷했습니다. 짧은 개발 시간 동안 되도록 많은 가치를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우리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훨씬 더 자주 던졌던 것 같습니다. "정말 이 게 필요한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보는 방식은 뭘까?"
저희는 이번에도 주기적으로 회고를 했습니다. 1시간 지나면 회고를 하려고 했고, 또 매일 회고를 했으며, 일주일마다 회고를 하려고 노력했고, 한달에 한번씩 회고를 또 했습니다. 이번 BB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전체 회고를 했습니다.
그 때 나왔던 내용 중 몇가지를 뽑아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먼저 우리가 성공했던 핵심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냐에 대한 팀원들의 의견입니다. 보통은 자신의 성공은 분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성공의 원인을 기억하고 그 이후에 활용하는 것이 실패를 분석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성공을 되새기지 않으면 종종 일어나는 성공은 우연에 머무르게 됩니다.
모두 즐겁고 재미있게 프로젝트를 했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에 대해 한 말씀 덧붙여 볼까요? 저희는 일주일에 한 번 씩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딱 한 번 빼고는 매 주 즐거운 경험을 했네요. 저희가 했던 경험은 영화 보기, 비트 박스, 보드 게임방 가기, 미디어 아트 해보기, 인사동 만두집 가기, 티벳 박물관 관람, 이태원 라면집 가기, 앤디 워홀 전시회 관람 등이 있었습니다.기억하고 싶은 성공의 이유
- 하루 하루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안겨주려 노력했던 것
- 다양한 배경, 색깔을 가진 팀원들 (덕분에 집단사고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 비교적 투자 시간 대비 가치가 높은 것을 잘 선택한 것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작업하는 방식으로 일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날짜에 맞춰 완수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 재미있게 서로 격려해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 (우리가 서로 얼굴 붉힌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 우리 스스로 사용자가 되기
새로운 재충전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보통 생각하기에 이런 즐거운 경험 따위는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데드라인이 가까워지고 시간이 없으면 당연히 건너뛰어야 하는 것 쯤으로, 즉 일종의 사치로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저는 정반대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데드라인이 가깝고 바쁘고 여유가 없을수록 이런 즐거운 경험을, 여유를 갖는 경험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럴까요? 시간에 쫓기고 스트레스가 커지면 사람의 뇌는 더이상 창의적인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고로 터널 비전에 빠져서 멍청할 정도로 간단한 방법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 정작 창의력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자원이 가장 희소한 때인데 말이죠. 또 그러다가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실수가 잦아지기 시작합니다. 더군다나, 데드라인에 가까울 때는 일들의 밀도가 높습니다. 한번 실수하면 파장이 큽니다. 그래서 바쁘고 중요한 시기일수록 적절한 여유와 환기가 필요합니다.

즐겨운 경험 중 찰칵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할 때 팀원들의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BB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것이 뭔가도 한 번 기억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팀원들이 각자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 중 몇가지 뽑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희가 BB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던 프로세스와 실천법의 일부를 김석준씨가 오는 5월 31일 강연을 하신다고 합니다. 루비 온 레일스 실전 워크샵입니다. (참고로 김석준씨는 유스풀패러다임의 대표이시면서 이 BB 프로젝트에 팀원으로 참여를 하셨습니다.)개인적으로 얻은 것
- 하나의 방법론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내 자신에게 가치있는 일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 이렇게 즐겁게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 "과정"에 대한 회고
- 두려움(잘 되지 않을 거야, 소용 없을 거야, 무가치할 거야 등)이 없어졌다.
- 에너지 수준이 높아졌다(남는 시간에 운동과 취미생활을 하는 등으로).
- 지속적인 학습에 대한 자극을 많이 받았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