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하는 반성은 통상 전체적 소감, 잘한 점, 잘 못한 점, 그리고 앞으로 해야할 것을 순서대로 논의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접해본 대부분의 개인과 조직은 이런 반성을 잘 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조직은 레벨 0에 머무릅니다. 잘한 점, 잘 못한 점 어느 것도 반성하지 않습니다. 그냥 끝나면 끝입니다. 일 끝나면 이제 쉬어야지 생각하고 그냥 모두 흩어져 버립니다. 당시의 느낌이 가장 생생하고 교훈을 이끌어내기 좋은 호기를 그냥 무시하는 겁니다.
조금 더 소수의 조직은 레벨 1에 해당합니다. 여기서는 잘 못한 점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 이거 정말 제대로 못했다. 이래서 안좋았다. 내가 실수했다 등등. 이거 하고 나면 분위기 싸아 해집니다. 하지만 하는 거 자체가 대단한 겁니다. 그런데 이 레벨에 머무르는 조직은 잘한 것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시연회를 했다고 칩시다. 무척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가 났습니다. 반응도 좋았구요. 그러면 그 사람들은 이에 대해 반성하지 않습니다. "그래 우리 잘 했어", 이 이야기하고 술 먹으러 가거나 그냥 헤어집니다. 하지만 처절한 실패를 한 경우 회의실에 모여서 반성합니다.
레벨 2 조직은 잠깐 건너 뛰고 레벨 3을 먼저 이야기 합시다. 레벨 3 조직은 앞서의 것들에 덧붙여 앞으로 해야할 것을 약속합니다. 우리가 이거이거 아주 잘 했으니까 다음번에도 이렇게 하는데, 다만 요건 저렇게 해보면 좀 더 잘할 것 같다. 이건 안좋았으니 다음에는 이건 빼자. 이거는 지금 방법이 생각 안나는데 언제 만나서 개선안을 연구해보자 등등.
레벨 2 조직은 잘 못한 점은 물론 잘 한 점도 반성합니다. 우리가 뭘 잘했나? 왜 그게 잘 됐을까?
"성공에는 이유가 있다" 누구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에는 철저하게 그 원인을 규명한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했을 때에 반성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왜 달성할 수 있었는가'를 심도 있게 탐구하여 활용한다는 것이 바로 도요타의 철학이다. 성공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찾아냈을 때, 성공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바뀐다. --"도요타"식 최강의 사원 만들기, pp. 98레벨 1 조직이면서 레벨 3의 특성을 갖추었지만 레벨 2는 아닌 조직은 레벨 1.5라고 합시다. 진정한 레벨 3은 참 드뭅니다.
저는 IT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과 인터뷰를 많이 합니다.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묻습니다. "성공했던 프로젝트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세요. 어떤 특징이 있었나요?"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실패한 프로젝트 경험을 이야기 합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아니, 실패한 거 말고 성공한 경험이요." 그러면 "아아, 그렇지"하면서 이야기하다가는 또 실패한 이야기로 빠져버립니다. 실패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반면 자신의 성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습관화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누구라도 성공의 경험은 다들 있습니다.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자신의 과거의 성공을 잘 굴려서 더 큰 성공으로 눈덩이를 불려 나갈 수 있냐 없냐는 차이일 겁니다.
AI(Appreciative Inquiry 감사의 질문, 평가 설문 등으로 번역)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우리는 문제 중심의 해결을 하는데, AI에서는 해결 중심의 해결을 하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나와 잘 안맞는 동료가 있다고 칩시다. 이성적 사고에서 보자면 그 사람과 독대를 하고 평소 불만있었던 것을 모두 솔직히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평소 꺼리던 이야기들을 다 하는 것이죠. "당신의 이런 이런 점이 싫었다" 그러면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런지 몰라도 심적으로는 그게 잘 안됩니다. 서로 악수하고 일어서서 돌아서면, '가만 있어봐, 저 자식이 나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이거지?'하면서 기분이 팍 상합니다.
AI적으로 접근한다면 두 사람을 불러놓고, 서로 관계가 최고로 좋았던 상황을 기억해 내고, 그 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처음에는 "에이 그런 적 없어요"할지 몰라도 생각하다 보면 분명 한두번은 그런 때가 있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분위기가 상당히 부드러워집니다. 그러면서 그 때 무슨 상황과 조건이 그런 것을 가능케 했는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그런 상황과 조건을 오늘날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아이디어를 짜내게 합니다.
인간의 뇌는 "not"이란 말을 특별히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습니다. DO NOT SWIM이란 말을 계속 들으면서 뇌에는 SWIM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어 버립니다. 지나가다가 물만 보면 수영하고 싶어지는 것이죠. 또 반대로 뭔가 일이 잘 되던 때의 기억을 되살리고 그 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당시의 상태로 몸과 마음이 돌아갑니다. 다시 가슴이 콩딱거리고 손에 땀이 나고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 회전도 잘 됩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던 기억을 되살리면 실제 팔 근육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간단한 원리와 통합니다.
다음 글은 AI에 대해 "아름다운 입문서"라 할 수 있는 "The Thin Book of Appreciative Inquiry"라는 책에서 인용했습니다.
If you've ever conducted or attended this type of training[일본인 관리자들이 미국 회사로 옮겨갈 때 받는 직장내 성폭력 교육을 일컬음], you know it has potential to produce a rather negative environment. Also, there have been studies demonstrating an increase in the number of sexual harassment complaints in spite of, and perhaps as a result of, the training. That makes sense, because participants are educated to be more aware of what not to do and are more sensitized to finding that behavior. When appreciative approach is applied to the objective, participants are asked to share examples of what it feels like and looks like to be treated with dignity and respect. ...
일반적인 직장내 성폭력 교육에서처럼, 성폭력이 되는 사례 사진 50장을 차례대로 보고 나서 그 사람들의 뇌는 어떤 학습을 할까요?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