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주변분들로부터 '당신의 교육 방식을 알 수 있는 서적, 교육에 도움이 되었던 서적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몇 번 받았습니다. 저야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학교 선생을 오랫 동안 해본 사람도 아니고 해서(하지만 적어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교육에 있어서 만큼은 십년이 넘는 치열한 실전 경험이 있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교육 철학'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면서 소개를 하기는 뭐 하고, 그냥 제가 이제까지 교육을 하면서 도움이 된 서적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추천할 책은 참 많지만 정말 추리고 추렸습니다. 선별조건은 다음 두가지입니다. "내가 실질적으로 교육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는가", "내 사고관/세계관/교육관을 통채로 흔들어 놓았는가". 두 조건 모두 방점이 "나(김창준)"에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두가지 모두를 통과하는 책 중에서 셋만 골랐습니다.
티모시 갈웨이의 모든 책
티모시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의 20분만에 테니스 배우기 참고
Teaching with Your Mouth Shut(일명 "닥치고")
다음은 예전에 썼던 글 인용:
한 달 간의 교육을 준비하면서 코치들과 함께 이 책을 스터디했었다. 당시 "닥치고"라고 줄여 불렀다. 이제마의 "격치고"(格致藁)라는 책과 발음이 비슷해서 그렇게 불렀다.
그 교육을 진행하기 전에 한 사람이 앞에 나와서 "강의"하는 형태는 최장 20분을 넘지 말자고 나름의 룰을 정했다.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이런 강의는 생전 처음이었다", "교육 중 졸아본 적이 없는 게 처음이다" 등의 말을 했다. 교육이 끝나고 교육생들이 제출한 강의평가서를 와이프가 읽고는, "감동적이다"는 말을 해줬다. 사람들로부터 "평생 기억에 남을 교육 기간이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새로운 교육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힌트를 이 책에서 얻었다.
아주 강력한 책이다. 나는 아마 앞으로 모든 교육을 하면서 이 책을 계속 염두에 두게 되지 싶다. 지난 강의뿐만 아니라 나의 교육(코칭,컨설팅)방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교사가 말하지 않고(혹은 말을 줄이고) 교육하는 방법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학생이 어떤 경험을 하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 그렇다면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환경 제공을 해주고
- 그런 경험을 했을 때 스스로 되돌아보고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책에서는 질문(Inquiry)의 연속을 통해 배우기, 학생(교사 포함)끼리 토론하며 배우기, 책을 통해 배우기, 교사가 학생에게 편지쓰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경이로운 것 중 하나는 "닥치고" 교육을 했더니 내가 가르칠 것을 학생들이 미리 깨달아 다음 과정으로의 진행이 물흐르듯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에 이름을 붙여주면 되었다. "아, 그런 게 이미 있는데 그걸 XXX라고 부릅니다." 매 교육은 앞 단계의 질문에 대해 통찰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피교육자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초석이 되는 질문을 품게 해야 한다.
어떤 이는 이 책을 핵폭탄에 비유했다. 처음에는 살살 가더니 그 다음엔 "아하"가 오고 다음엔 "오"가 오며 나중에는 "오마이갓"이 온다고 했다. 그 말이 이해된다.
교육학적 관점에서 어찌보면 이 책은 그리 새로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 자체가 어느 정도 "닥치고"의 철학을 경험하게 만들어져 있다. 에밀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어떻게 이 책을 경험할 것인가, 그것이 이 책의 독자가 우선 자신에게 물어야할 심오한 질문이다. 가까운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이다.
마인드스톰
(이 책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레고에서는 자사 제품에 동명을 달기도 했다)
여기에 더한다면, 비폭력 대화(교육생들은, 그리고 그들의 마음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줌), 세계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How People Learn, 제롬 브루너의 책들, 화이트헤드의 교육의 목적, 그리고 올해 들어 읽은 최고의 교육 서적으로 꼽는 Radical Equations: Civil Rights from Mississippi to the Algebra Project, 등을 넣을 수 있겠습니다. 물론 애자일에 대한 책들도 저에게 큰 영향을 줬고 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