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뭔가 일이 끝나면 "회고"라는 활동을 합니다. 년말에는 한 해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일년 회고를 합니다. 내가 올 해에 어떤 것을 했고, 어떤 것을 느꼈고, 어떤 교훈을 배웠는지 짚어봅니다. 보통 이런 회고는 저 혼자 하기보다 주변의 지인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서로 자극을 많이 받게 되거든요.

이 일년 회고를 할 때 항상 되짚어 보는 것 중 하나가 나 자신에게 얼마나 투자를 했나 하는 것입니다. 소위 자기계발이라고 하는 것이죠.

왜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냐면, 현재 나에게 무엇을 투자했느냐가 1년, 혹은 2년 후의 나를 결정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올해 뭔가 업무도 잘 한 것 같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 같다면 1~2년 전을 잘 되돌아봅니다. 그 때 열심히 자기투자를 했을 겁니다. 반대로 올해 읽은 책도 몇 권 없고 새로 얻은 통찰도 없다면 지금 당장은 별 문제 없는 것 같지만(예를 들어 올해 내 연봉은 만족스러우나)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분명 추락을 경험할 것입니다.

경영학을 하시는 분들이나 대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은 잘 아시는 BSC(Balanced Scorecard)가 이런 개념에서 출발을 했습니다. 회사의 퍼포먼스를 측정하는 데 있어 재정적 수치는 중요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단시안적이고 과거 중심적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미래에 이 회사의 실적이 어떻게 될지는 제대로 이야기 해주지 못하며, 단시안적이고 안전 위주의 행보만 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BSC에는 재정적인 면 외에도 이를테면, 학습과 성장의 시각(Learning and Growth Perspective)도 보충하고 있습니다.

다시 개인의 문제로 돌아가서, 우선 올해 "업계 표준"을 봅시다. 잡코리아와 비즈몬이 남녀 직장인 9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시간 통계입니다.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하루 평균 시간으로는 1∼2시간 정도가 38.9%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1시간 정도 27.8% △2∼3시간 14.8% △30분 이하 12.0% △3시간 6.5% 순으로 조사됐다.

전자신문

2004년도 자료도 한 번 볼까요? IT잡피아라는 IT전문 취업사이트가 전국 남녀 직장인 1582명에게 물었습니다.


직장인들이 투자하는 자기계발 시간에 대한 물음에서는 가장 많은 45.3%가 '하루 1시간' 정도라고 답했다.

반면 '전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17.8%로 집계됐다.

'하루 2시간'은 20.7%, '주말에 시간되는 대로'는 8.7%였고 '하루 3시간 이상'도 7.5% 였다.

데이터뉴스

두 자료를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이 자료를 보고, 우와 사람들이 의외로 자기계발을 많이 하네 라는 느낌이 든다면 반성해 보아야 할 일입니다.

만약 하루 평균 1시간도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계발이란 면에 있어 직장인의 하위 1/4에 속하는 셈입니다. 무서운 사실은 이게 축적이 되면 엄청난 차이가 생길 것이라는 점이지요. 자기가 습득한 지식이나 능력은 복리로 이자가 붙기 때문입니다. 복리라는 점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이 그랬듯이 복리는 정말 대단한 개념입니다. (예컨대, 제가 만나본 위대한 프로그래머들은 복리를 이용해 프로그래밍을 합니다. 자신이 만든 코드가 그 이후에 할 일에 곱하기로 도움이 되게 합니다. 자신이 프로그래밍을 무이자로 하는지, 단리로 하는지 복리로 하는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여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더글라스 엥겔바르트의 부트스트래핑에 대한 글들을 읽어보세요.)

그렇다면 핵심은 1) 어떻게 그 이율을 높힐 것인가와 2) 지속적으로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는가가 되겠습니다. (이 두가지에 대해서는 이후 글에서 비급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년 전에 노스모크에 썼던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그 형은 대학교 2학년 때인가 정치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대학 4년 동안 책 300권을 읽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얼핏 유치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형은 정말 300권 읽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으리란 믿음에 착실히, 충실히, 꾸준히 조금의 어긋남도 없이 3년간(2학년 당시부터) 3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 때 300권 읽어둔 것이 졸업하고 최소 6년 간은 밑천이, 뒷심이 되더라는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즉,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어떤 이야기가 나오든 뒤로 빠지지 않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거지요.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 중 한 분은 "인간의 모든 분야에 최소한의 상식을 갖춘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씀을 해주십니다. 물론 거기에 더해서, "최대한의 깊이"의 자신만의 전문분야가 있어야겠지요.)


더욱 존경스러운 것은, 그런 밑천이 이제 떨어져가서 다시 맹렬한 책읽기를 하고있다고 하는 형의 끊임없는 노력이었습니다.


http://no-smok.net/nsmk/WhatToRead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