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자기계발은 복리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자기계발과 복리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상세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꼭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조직 차원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먼저 더글라스 엥겔바르트(Douglas Engelbart)라는 사람이 했던 작업 구분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더글라스는 작업을 세 가지 수준으로 구분합니다. A, B, C 작업입니다. (뉴욕타임즈 기사)

A 작업은 원래 그 조직이 하기로 되어 있는 일을 하는 걸 말합니다. 자동차 공장이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A 작업이 되겠죠.

B 작업은 A 작업을 개선하는 걸 말합니다. 제품을 만드는 싸이클에서 시간과 품질을 개선하는 것이죠. 제품을 만드는 시스템을 잘 설계하는 것도 포함되겠죠.

C 작업은 B 작업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개선 싸이클의 시간과 품질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개선하는 인프라스트럭춰를 설계하는 것이 포함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개선하는 능력을 개선하는 걸 말합니다. 더글라스는 "The better we get at getting better, the better and faster we’ll get better"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학습 조직의 개념을 퍼뜨린 경영학의 대가 피터 센게가 더글라스의 말을 인용했던 것을 아래에 재인용했습니다:

"There are three levels of work in organizations," says computer pioneer and inventor of the mouse Douglas Engelbart1.

"The most obvious level, A work, involves the development, production, and sale of a firm's products and services. Most of a company's people and resources are focused at this level.

"Effective A work would be impossible, however, without the next level, B work, which involves designing the systems and processes that enable a company to develop, produce, and sell its products and services.

"But,the subtlest and potentially most influential level is C work, improving how we think and interact.Ultimately, the quality of C work determines the quality of systems and processes we design and the products and services we provide."

1 Quoted in "Building Learning Organizations", Peter Senge
(Journal of Quality and Participation, March 1992)



이렇게 C 작업이 중요하다면 C 작업을 하는 전략이 있을까요? 이게 복리와 관련이 깊습니다. 다음 그림을 보시죠.


일반적인 조직의 예입니다. org는 조직이고 product는 그 조직이 매 주기 생산해 내는 결과물(서비스나 제품)입니다. 보시다시피 조직은 그대로이고 결과물을 주기마다 찍어냅니다. 공장의 비유가 딱 드러맞습니다.

다음 그림과 비교해 보시죠.
조금 다릅니다. 조직이 첫 주기에 만들어 낸 결과물을 계단 삼아서 다음 주기에는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다음 결과물을 만들어 냅니다. 내가 만든 결과물을 나의 일부로 만들어서 다음 단계에 보탬이 되도록 이용해 먹는 것이죠. 결과물이 다음 단계의 도구가 됩니다. 성장이라는 비유가 떠오르지요? "자기"의 개념이 점점 커지는 것이죠. (먼저 봤던 그림은 기계적이고 뒤에 본 그림은 유기적입니다 -- 영단어 organization은 사람들의 조직을 의미하기도 하고 유기체를 뜻하기도 하죠)
The fatal metaphor of progress, which means leaving things behind us, has utterly obscured the real idea of growth, which means leaving things inside us. --G. K. Chesterton (1874-1936), British author. Fancies Versus Fads, "The Romance of Rhyme" (1923).

이런 기술을 일러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이라고 합니다. 허풍선이 남작이 자기가 신은 신발에 달린 끈(뒤축의 가죽 끈)을 들어올려 자신의 몸을 공중에 띄운다는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외력의 도움 없이 스스로 뭔가 더 효과적으로 되는 걸 말합니다.

이렇게 작업할 때 어떤 효과가 날까요? 복리의 효과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자신에게 총 1000개의 아이디어가 있다고 칩시다. 하루에 더도 말고 1%씩만 이자가 붙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아이디어들끼리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외부의 자극을 기존 아이디어에 적용해 보기도 하면서 개중 몇 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잉태한다고 보는 것이죠.

예컨대, "애자일"이란 개념을 배웠습니다. 그걸 내가 가진 1000개의 아이디어에 적용을 해봤더니 1% 즉 10개 정도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난 겁니다. 그 다음날에 나의 아이디어는 1010개가 됩니다. 거기에 또 1% 이자율이 적용됩니다. 10.1개가 늘어나야죠?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아이디어는 1개 혹은 0개라고 생각하고 소수점 이하는 절삭해서 10개만 는다고 봅시다. 100일 후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디어 개수가 2600여개에 이릅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72법칙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복리일 경우 72 나누기 이율을 하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데 걸리는 시기가 나옵니다.

왜 이렇게 빨리 증가할까요? 곱하기이기 때문입니다. 더하기보다 곱하기가 더 강력합니다.

이런 증가를 지수적(exponential) 증가라고 부릅니다. 기하급수적이라고도 하죠. 더글라스는 어떻게 하면 인간 조직이 지수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가 하는 Human Augmentation(인간 증대) 프로젝트가 그 일환이죠. C 작업을 여러 조직이 공유하는 방안을 고민합니다. 그 스스로 부트스트래핑을 해왔죠(예컨대 자신들이 만든 NLS를 통해 협력능력을 높혀서 다음에는 더 나은 걸 만들 게 된다든지).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커티스 카슨(Curtis Carlson) 박사의 지수적 팀에 대한 발표 내용을 참고하세요.

지수적 팀은 자기 자신을 곱해나가는 팀입니다. 보통 경영학에서는 더하는 조직을 워크그룹이라고 하고 곱하는 조직을 팀이라고 구분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더하기보다 곱하기를 더 많이 할 수 있을까요. 가용시간을 늘리고,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잠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더하기적 사고라면, 두뇌가동률을 높히는 것은 곱하기적 사고입니다.

자신이 평소 투자하는 비용을 한 번 살펴보세요. A 작업과 B 작업, C 작업이 각각 어느 정도 비율인지. 만약 B나 C가 거의 없다면 붉은 여왕의 말 대로, 후퇴하는 셈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보죠. 나의 A 작업을 개선하려면 다음 두 가지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첫번째는 어떻게 더하기보다 곱하기를 할 것인가 입니다. 두번째는 어떻게 곱하는 비율(이자율)을 높히거나 혹은 이자 적용 주기(예컨대 1년에 한번과 1달에 한번)를 짧게 하는가 입니다.

제 평생의 화두이기도 한데 제가 이제까지 깨달은 몇가지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