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알면 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공간에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팀 프로젝트를 할 때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은 뭔가요?" 같은.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기에 달린 답변들이 질문자 본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아는 것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우리 자신을 돌아봐도 이걸 하면 나에게 좋다는 걸 알면서 행하지 않는 것을 천가지도 넘게 생각해낼 수 있습니다(예컨대 에센셜 스크럼 추천사를 쓰다가 접한, 스크럼 책이 40권이 넘는 "앨런" 사례).

실생활속 X라는 부분에서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지식, 암묵지와 명목지(knowledge=tacit*explicit)


지식이 우선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무 지식이 아니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 타당한(valid) 지식이어야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너무 많습니다(음의 생산성에서는 예컨대 애를 학교에 안보내고 집에서 놀리는 것보다 못한 교육적 개입이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지식은 암묵지라는 부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X를 하는 방법을 가르치지만 X를 잘하는 방법은 별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소위 직관이라고 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 암묵지에 속합니다. 잘하려면 암묵지를 놓쳐서는 안됩니다(왜 배워도 못하는가: 뛰어난 선생에 대한 미신에서는 예컨대 윤상갑상막 절개술을 가르치는 전문가가 해당 수술에 대한 자기 지식의 30%만 가르친다는 연구를 언급합니다).

실습/수련(practice)


지식을 배운다고 다가 아닙니다. 그걸 꾸준히 수련해서 "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자전거 매뉴얼 보고 공부하는 것과 직접 타보는 것을 생각해보면 되겠습니다(당신은 몇 년 차 참고).

습관(habit)


습관화가 되어야 합니다. 내 삶 속에서, 우리 조직의 업무 속에서, 주어진 환경 속에서 습관화가 되어야지 안그러면 한 몇 달 하다가 말 것입니다. 참고로 습관을 만들려다가 실패한 경우 의지력의 탓으로 돌리는 것보다 습관설계가 잘못된 것으로 고려해보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새로운 글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메타인지/적응(meta-cognition/adaptation)


거의 모든 경우 우리는 배운대로만 할 수 없습니다. 그 외의 상황이 펼쳐집니다. 지금 어떤 상황인지 인식하고, 내 전략이 적합한지 재평가하고 조정하고 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자본/기술(social capital/skill)


소위 신뢰, 네트워크라고 하는 것들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내 영향력,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믿고 좋아하는가 하는 것. 실세계에서는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야생에서의 인지Cognition in the Wild의 저자 에드윈 헛친스는 자신의 책에서 간단한 실험을 해볼 것을 권합니다. 자기가 앉은 자리 주변에서 여러명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 걸 찾는 겁니다 -- 대부분 실패합니다. 그는 이를 통해 실험실에서의 연구와 달리 현실에서 인지는 협력작업이라는 걸 역설합니다). 남의 영향을 받거나 남에게 영향을 주게 됩니다. 사회적 자본이 없으면 의미있는 가치를 만들기 어렵습니다(왜 배워도 못하는가 2: 전문가에 대한 미신에서는 기술적인 내용에서조차도 사회적 자본이 성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동기(motivation)


앞의 모든 것들을 잘 갖추었어도 그걸 잘하고 싶은 동기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 될 것입니다. 잘하고 싶은 동기, 더 잘하고 싶은 동기가 있어야 하며, 그런 동기를 높게 유지해줄 환경, 조건, 동인이 필요합니다.

위의 내용을 공식으로 정리해 쓴다면 아마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performance = valid tacit knowledge * valid explicit knowledge * practice * habit * meta-cognition * social capital * motivation


물론 여기에 빠진 것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들은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걸 곱하기 관계로 보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수준이하가 되면 전체는 0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실질적 퍼포먼스 향상을 목표로 하는 교육이라면 이 모든 요소를 교육설계시에 고려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형식지(첫번째 요소)만 다루고 나머지는 교육생들의 책임으로 돌려버립니다. 그러면 당연히 교육생들은 나머지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고려하지 않습니다. 모 실험에서 하버드대학의 협상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수업 안받은 학생들과 협상능력에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곱씹어봐야 할 것입니다.

위 공식은 교육설계시에도 사용할 수 있고, 부하직원들의 역량이 부족하다 느껴질 때 어떻게 도와줘야할지 계획을 세울 때에도 도움이 됩니다. 더 나아가서 부하직원에 뭐 좀 제대로 하라고 여러번 말했는데도 못하고 있다면 선임자로서 내가 놓치는 요소는 뭔지 분석을 할 때, 또 내가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실력이 오르는 것 같지 않다면 그걸 분석할 때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