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이란 프로를 보게 되었는데, 백종원의 가르침에서 감명 깊은 부분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처음 출발은 재료를 보고 무슨 요리가 상상되느냐고 묻는 부분. 직접 그 재료(익은 김치)의 맛을 보게 해주고 뭐가 떠오르냐고 묻습니다. 대부분은 레시피를 보고 뭘 먹을까를 생각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재료를 보고 뭘 만들까를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이걸 훈련시킵니다. 이 점은 그의 책에서도 드러납니다.
사실 재료 혹은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는 방식은 불확실성이 높고 응용이 중요할 때에 도움이 많이 되는 방법입니다. 교육학에서 밝혀진 것 중 하나는 소위 베스트 프랙티스라고 하는 것들을 가르치고 배우고 하는 방법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의 응용력(학습 전이 transfer of learning)을 키우는 데에는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리에서는 이 베스트 프랙티스란 것이 레시피 모음이 되겠죠.
다음으로 출연자들에게 김치전을 만들어보라고 하는데, 요리에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상상해서 말로 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먹었던 김치전의 모양과 맛을 떠올리며 요리하라고 주문합니다.
대부분의 요리책은 레시피를 가르치는 데에 그치는데 백종원의 방식은 요리사의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집밥을 많이, 또 잘 해먹는 사람의 사고방식 말이죠. (참고로 기사에 따르면 백종원은 집밥을 자주 해먹고, 그에 반해 최현석 셰프는 1년에 한 두번 요리한다고 합니다 -- 유명 셰프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종종 놀라는 점이기도 하죠) 한가지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면 참가자들(김구라 등)이 이런 백종원의 가르치는 방식을 잘 따라주고 호응해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점입니다.
백종원이 이렇게 제자를 두고 가르치는 경험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이번 방송을 통해 이런 백종원의 사고방식을 좀 더 배울 수 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네요. 사실 이런 것은 요리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확장해서 볼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결과물만 보는 가르침보다, 그의 인지적 과정(의사결정과 상황판단)을 배울 수 있는 것이 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응용력이 중요한 분야에서 중요합니다. 책을 보고나 교육을 듣거나 하실 때에 그런 부분이 많이 있는 걸 골라 들을 수 있다면 좋겠죠.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