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이어 집밥 백선생의 2번째 에피소드를 봤습니다. 이번에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요리 초짜들에게 바로 응용을 해보라고 주문하는 부분입니다.
그들은 평생 찌개는 커녕 밥도 해본적이 없고 계란 후라이도 벅차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김치찌개를 보여주고 원리를 설명한 다음 곧바로 그걸 응용해서 뭔가 다르게 만들어 볼 것을 주문합니다.
이게 놀라운 부분입니다. 혹자들은 수파리(守破離)라고 해서, 처음 단계는 규칙을 지키고(지킬 수) 그 단계가 익숙해지면 규칙을 깨트리는 예외들을 많이 접하다가(깨트릴 파), 나중에는 규칙을 따지지 않는(떠날 리) 단계로 가야한다는 비유를 교육에 연결해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교육학 연구에 따르면, 학습전이(transfer of learning) 즉 배운 상황과 실상황에 차이가 크고 실 상황이 다양해서 응용력이 더 필요한 영역에서는 이 수파리 모형이 도움이 안되거나 오히려 해롭기까지 합니다. 아예 처음부터 파나 리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초짜라도 말입니다. 더 간단하고 더 작은(그러나 현실적인) 규모일지언정 응용하는 경험을 해봐야만 합니다.
집밥이라는 것이 사실 응용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미리 요리를 선정하고 재료를 그에 맞게 사와서 시간들여서 요리할 경우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거의 열에 아홉은 그 날 그 상황, 냉장고에 있는 재료에 맞게 응용과 변통을 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학습전이가 많이 필요한 분야입니다(사실 학습전이가 별로 필요 없는 학습은 학습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쉽게 말해 컴퓨터가 금방 대체할 수 있는 것이죠).
백종원이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인지, 아니면 방송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한 것인지는 모르나, 그런 면이 너무도 잘 들어가 있었습니다.
초짜들에게 칼질하는 법만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이런걸 교육설계에서 compartmentalization과 fragmentation이라고 하며 직업 교육에서 안티패턴으로 봄). 하지만 백종원은 첫날 김치찌개를 만들어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거기에 응용까지 하도록 했습니다. 계란 후라이도 버거워하는 사람들에게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발상을 바꿔야 합니다.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응용을 시킨 것이 아니라, 초보라서 응용을 시킨 것이라고.
그날 윤상은 생애 최초로 김치찌개를 아니 찌개, 혹은 요리라는 걸 해봤고 그걸로 밥을 먹으며 감격해 했습니다. 그날 그는 백종원이 보여준 김치찌개를 응용해 돼지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햄과 소시지로 맛을 냈습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