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잘되지?
AC2의 시초는 2008년 12월 경으로 돌아갑니다. 당시 회사 대상으로 컨설팅을 주로 하던 때였는데 2008년 하반기는 말 그대로 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월하던 시점이었습니다. 동시에 몇 개 회사를 컨설팅하고 있었고 그 외의 요청도 줄을 잇고 있었죠. 어떻게 보면 마냥 행복한 시점이었지만 저는 의문이 하나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잘 팔릴까?"
고민을 해봤더니 2004년말 다니던 회사를 나와서 할 일 없이 그냥 평소 하고 싶던 공부나 해보자 하고 몇 달 간 열심히, 원없이 공부했던 그 뒷심이 그 동안의 추진력이 되어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닐까 하는 분석에 다다랐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 공부했다기보다는 내가 늘 하고 싶었던 공부를 했던 기간이었습니다. 그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현재에서 미래로 생각이 옮겨가더군요. 어, 만약 지금 상태로 3-4년 후가 되면 어떻게 될까? 지금 가장 바쁘고 잘 팔리지만 쌓아두는 것이 없으니 나중에는 점점 힘아리가 떨어져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기감이 느껴졌습니다.
사업을 중단하다
그래서 가장 잘되던 시점에 사업을 올스톱시켰습니다. 함께 하던 분에게 몇 달치 월급을 드리고 함께 반년간 공부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몇 년을 살아남을 원동력을, 뒷심을 키우자는 것이었죠. 그분도 고맙게 동의를 해주셨고요.
대략 6개월간 어떤 사업 제안이 와도 거절을 하리라고 굳은 결심을 하고("반드시 거절해주리라"는 마음이었으나 실제로 그 당시 제안이 거의 없었다는 슬픈 뒷이야기가...), 6개월 동안 말 그대로 원없이 공부를 했습니다.
중요하지만 미뤄왔던 공부
그게 2009년 1월부터 6월까지였습니다(사실 공부는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짐). 당시 했던 공부는 크게 보면 두 갈래였습니다. 하나는 책 스터디였는데 두 가지 책을 거의 같은 시기에 공부했습니다. Quality Software Management라고 하는 제럴드 와인버그의 역작 3부작과, Nature of Order라고 하는 크리스토퍼 알렉산더(패턴의 아버지)의 역작 4부작을 각기 다른 스터디에서 공부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저자들의 평생의 역작이며 읽기가 쉽지 않은 책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되지만, 즉 나를 많이 바꿀 것이라 생각은 들지만(혹은 나를 많이 바꿀 것이라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읽기를 미뤄왔던 대표적인 책이었죠. 1월이 되면서 과감하게 두 연작을 공부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스터디를 모집했습니다. QSM 스터디(QSM 스터디 모집 공고)와 NOO 스터디(NOO 스터디 모집 공고)가 그것이죠. 그때가 2009년 1월 초입니다.
스터디를 모집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책 자체가 쉽지 않고 다양한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공동의 노력으로 스터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고(이 점을 보여주는 생물 및 건축 전문가 모집 공고), 또 하나는 여럿이서 하면 내가 비교적 중도 포기를 덜하고 끝까지 공부를 지속할 확률이 높아서였으며(예컨대 QSM 스터디는 제 사무실에서 하도록 해서 제가 안가면 스터디가 안되게 만드는 등 여러 방법을 사용했고 그 결과 두 스터디 모두 한 번도 빠지지 않았죠), 무엇보다 여럿이서 하면 더 즐겁고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나를 분석하다
이렇게 스터디 모임을 한 것이 첫번째 공부였고, 두번째 공부는 제 과거 작업을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컨설팅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보면 컨설팅 받은 것을 더 발전시켜서 잘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과거의 상태로 그대로 돌아간 곳도 있었습니다. 이럴 때 저의 선택은 두 가지이죠. 하나는 "그 사람들이 잘 못해서 그래, 난 잘 해줬고 내가 떠날 때만 해도 잘되고 있었다구"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냐, 내가 뭔가 부족하게 해줬던 거야, 내가 더 제대로 했더라면 더 발전했겠지"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전자를 선택하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제 발전은 없겠죠. 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그 관점에서 뼈아픈 실패들을 분석했습니다. 이 때 도움이 된 것이 개리 클라인의 작업(CTA 인지적 작업 분석)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무엇이 지속하는 변화를 만드는가를 분석했고 몇 가지 중요한 요소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제 결론은 현재 수준의 컨설팅은 부족하다였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AC2였습니다. 당시 제가 제공할 수 있는 베스트는 AC2에 모두 녹아넣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09년 11월에 AC2 과정이 시작되게 되었죠. 물론 그 이후 과정을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실험하고 배우면서 AC2 과정 자체를 여러번에 걸쳐 업그레이드 하였고 현재는 2009년의 첫 AC2 과정과 차이가 많습니다만 기본적 원칙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변화 예술가(Change Artist, 제럴드 와인버그가 쓰는 용어로 조직에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를 키워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
AC2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약 7년의 기간 동안 나름대로 일과 "뒷심 키우기"를 병행하는(6개월간 사업을 스톱하지 않으면서 ^^;) 방법들을 고안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AC2가 질적인 면에서 도약을 했던 지점들도 몇 번 있었고요. 하지만 아직 아쉬움도 있습니다. 2009년에 AC2를 설계하면서 그렸던 큰 그림을 아직 다 채우지 못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중간에 AC2 과정을 세 개의 레벨로 나눴습니다. AC2 레벨2, 레벨3가 추가된 셈이죠. 레벨2는 현재까지 2회 진행을 했고, 몇 달 뒤 3회가 열립니다. 내년에는 레벨3를 해서 소위 AC2 3부작을 완성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AC2를 만들게 된 6개월간은 정말 제 커리어에 있어 비약적 발전이 된 시기였고 그 이후 이런 도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에게는 이런 비약적, 단절적 발전의 지점이 언제였나요?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