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핑크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언어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JD(법학 "박사"라고 하기는 좀 그렇죠)를 땄습니다. 정보화 시대의 일꾼에 대해 대중서적을 몇 권 써서 이름을 날렸죠.

얼마전에 그의 TED 강연이 올라왔습니다. 제목이 "동기 유발의 놀라운 과학"입니다. 한글 자막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동영상을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사회과학에서 알고 있는 것과 비즈니스에서 행하고 있는 것에는 큰 격차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외적보상(extrinsic reward)의 효과에 대한 것이다. 외적보상은 21세기에 더 중요해진 창의적 작업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 자율성이 중요하다.

이 주제로 다니엘 핑크가 쓴 책도 곧 나옵니다. Drive : The Surprising Truth About What Motivates Us라는 제목입니다.

저도 전반적으로 이 동영상의 핵심 메시지에 공감을 합니다. 애자일 방법론에서도 자율성과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를 강조하고 있죠. 하지만 오늘은 "주의 사항"에 대해 글을 덧붙여보려고 합니다.

얼마전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스티븐 핑커가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을 심하게 비판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널리스트와 수필가로서는 괜찮지만 사회과학자로서는 형편없다, 어설프게 사회과학자 흉내내지 마라, 뭐 그런 비판입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그냥 대중서로 보고 넘겨도 될만한 부분을 너무 깐깐하게 따진 건 아니냐 하는 느낌입니다만.

다니엘 핑크의 이야기 역시 심리학, 사회과학자의 아카데믹한 눈으로 보기에는 엉성하거나, 과대포장된 부분이 많을 겁니다. 다니엘 핑크가 "분명히 이렇다 -- 학계가 이미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하는 것들 상당수는 "아직 논쟁 중이며, 연구 결과는 구체적 컨텍스트에 따라 다르다"라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니엘 핑크는 연설에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이야기를 확실한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 강연의 효과를 위해 더 강조를 했지 싶습니다(혹은 자기의 믿음에 맞는 연구만 찾아봤거나요). 강연 중에 나왔던 말들에서 몇 가지 예를 보죠.

  • fact, a true fact (사실, 진짜 사실)
  • replicated over and over and over again for nearly 40 years. (약 40년간 계속 해서 같은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 this is one of the most robust findings in social science (이것은 사회 과학에서 가장 확실한 발견 중 하나입니다)
  • too many organizations are making their decisions, their policies about talent and people, based on assumptions that are outdated, unexamined, and rooted more in folklore than in science (너무 많은 조직들이 재능과 사람에 관한 결정을 내리고, 정책을 만들 때 구식에, 확인해보지도 않았고 미신에 근거한 가정에 근거합니다.  과학에 근거하지 않고요.)
  • there is a mismatch between what science knows and what business does (과학이 아는 것과 비즈니스가 행하는 것이 서로 맞지 않습니다)
  • those if-then rewards often destroy creativity (뭐 하면 뭐 해줄게 식의 보상들은 많은 경우 창의성을 죽여버립니다)


강연만 들으면 정말 확실한 사실이구나 싶습니다. 내가 잘못 알았었네 싶기도 하고, 그래, 내 믿음이 옳았어 하는 마음 속의 소리가 들리기도 하겠죠.

저는 외적보상, 내적보상, 성과 등의 관계에 대해 오래도록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많은 논문을 읽었고 요즘도 최근에 나오는 논문들을 계속 찾아 읽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이 이슈에 대해 교육학,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경영학, 경제학 등 각 학문분야에서 나온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각기 조금씩 다른 관점으로 접근을 하지요.

처음 논문 하나 읽으면 "아, 이런거구나!" 싶다가 그 논문의 반박 논문을 읽게 되고, 반박 논문의 반박 논문을 읽게 되고 100여개의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을 읽고, 또 거기에 대한 반박하는 메타분석을 읽고 하다 보면 서서히 감이 옵니다. 그 감은 이런 겁니다. "아직 깨끗하게 결론이 나지 못했구나"

제 생각에, 외적보상이 성과(performance)에 긍정적 효과를 주냐, 부정적 효과를 주냐, 또 어떤 맥락하에서 등의 논의는 아카데미아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다니엘의 이야기와 반대로 외적보상이 성과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상당히 많습니다. 또, 창의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내적동기도 강화되는 것은 물론)는 연구도 있습니다.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해서는 다음 논문들을 보시길 권합니다.

보상 관련해 저의 개인적 의견은 이렇습니다. 이미 내적동기가 충분히 있는 사람에게는 외적보상이 성과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특히 유형적 보상일 때). 내적동기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외적보상이 일반적으로 효과를 낸다.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점차 외적보상을 줄이는 것(fade-out 전략)이 좋다. 단, 맥락과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예를 들어 남자와 여자에 따라 외적보상에 대한 태도, 결과가 상당히 다르고, 보상 금액에 따라서도 결과가 다름).
 
결국은 프레임(framing)의 문제입니다. 보상을 하냐 안하냐보다 어떻게 하냐, 어떻게 안하냐가 중요한 것이죠. 보상을 받으면서 그것이 자기가 한 노력, 성과와 관련이 있다고 느껴야 하고, 조직과 상사가 나를 인정해주고 지원한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며, 스스로 중요한 사람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다니엘 핑크가 말하는 메시지는 굉장히 명료합니다. 하지만 현재 학계의 연구 상태는 그렇지가 않지요. 더 많은 주석이 붙어야 합니다(예를 들어 촛불 문제를 풀 때 최대한 빨리 풀라고 하면서 보상을 제시하지 말고 최대한 창의적으로 풀라고 했다면? 또 금액이 달랐다면?). 그래서 다니엘 핑크의 흥분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 약간 주의하면서 뒤로 한 두 발자국 물러나서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누리해서(with a grain of salt) 들으라 이거죠.

그리고 강연 중 다니엘 핑크가 자꾸 사회과학이 아는 것과 비즈니스가 행하는 것 사이의 괴리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데 이에 대해서 한 마디 하겠습니다.

왜 사회과학에서 아는 것(사실 안다기보다 논쟁 중인 것인데, 양보해서 "사실을 안다"라고 가정하죠)을 비즈니스에서는 실천에 옮기지 않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고려해 볼 것을 권합니다.

실험실 상황과 실제 상황의 차이입니다.

실험실에서는 대부분 대학생을 씁니다. 그리고 범위가 뚜렷한 "퍼즐" 문제를 줍니다. 길어야 한 두 시간 문제를 풀겠죠. 그리고 돈도 많아야 몇 만원을 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에서 현실은 어떻습니까? 전문가들이고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뭘 풀어야 할지도 불명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 기간도 몇 달, 몇 년이 허다합니다. 돈도 수 백, 수 천만원의 차이가 있습니다. 어느 경영자가 저런 실험실 속 연구 결과 몇 건을 갖고 자신의 경영 방침을 바꾸고 시험해 보겠습니까.

하지만 실험에 더 많은 돈과 노력이 투입되면서 이런 실제 환경 속의 연구를 계속 시도하고 있고, 또 나름대로의 정보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험실의 연구가 아예 무가치한 것도 아닙니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더 큰 연구가 가능한 것이거든요.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