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코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 파타

...
숲 속에 두 길이 갈라져 있었고,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지요.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번역은 김창준)


첫번째 릴레이 세미나 날짜와 주제가 결정되었습니다.

주최는 여자 개발자 모임터입니다. 남성 쿼터제를 시행하는데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T 쪽에서는 이런 일이 상상도 할 수 없거든요.

다음은 주제에 대한 소개글입니다.

간혹 개발자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자신이 가진 IT 서적 전부를 헐값에 판다는 글을 봅니다. 몇 권 안되는 도서목록을 훑으면서 그 사람의 IT 경력을 짐작해 봅니다. 그 사람의 서가는 고전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고풍스런 서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최근 기술을 섭렵하는 화려한 서가도 아닙니다. 그냥 그렇고 그런, 이 바닥에서 찢기고 멍들으면서 조금씩 모아온 그런 평범하고 소박하며, 또 진부한 서가입니다.

속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나름 꿈을 갖고 성실하게 한 발 한 발 힘들여 걸어온 개발자 한 사람이 또 이 바닥을 뜨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섭섭한 느낌이 듭니다. 누군지 모를 그 사람은 뻔한 SI에서 10여년간을 이리저리 구르다가, 얻은 것은 다크써클과 위염이요, 잃은 것은 열정과 아이들과의 추억일지도 모릅니다. 더이상은 못견디겠다는 생각에 이 길을 접었겠다는 생각에 머리 속에 소설이 그려집니다.

저는 그 선택과 용기를 존중합니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치킨집이 유일한 대안적 선택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아직 탐험하지 않은 길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는 내가 가는 길 위에서도 남들이 밟지 않은 땅이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IT를 떠나게 된 것은 결국 자신의 선택들이 쌓인 결과라고 보며, 또한, IT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현명하고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남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있고, 또 인적이 드문 길이 있습니다. 이유야 어쨌건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길은 선택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런 선택들이 우리 삶과 사회를 더욱 다양하고 또 자유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굽이지고 험하며 외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길을 가기로 선택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와 여유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개발자로서 남과 다른 길을 가는 방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소위, 현대 사회의 무한경쟁이 개인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메세지가 식상해진 시점에서, 경쟁력으로서의 차별성과 개인 브랜드를 논하는 것은 제 의도가 아닙니다. 그보다 저는 개인의 자유와 삶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저의 기대는 여러분에게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드리는 것입니다.



신청은 마감된 것 같은데 주말에 약속이 생기는 분들이 있어서 대기자로 등록해 두면 간혹 빈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더군요.

저 자신에게도 상당히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