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원 모집을 마감합니다.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런 배움에 대한 갈망을 가진 여성 개발자분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스터디를 하지는 못하지만 여성분들끼리 스터디를 조직하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기회가 되는대로 여성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 워크샵을 준비해보려고 하니 기대해 주세요.>

올 3월부터 지인들 중심으로 얼랭(Erlang)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스터디하고 있습니다. 스터디 멤버 충원을 하려고 합니다. 단, 여성 개발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얼랭은 분산/병렬/동시성 프로그래밍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언어로(Concurrency Oriented Programming이라고도 합니다), 함수형(혹은 함수형 기반) 언어이면서 거의 유일하게 상업적으로 성공을 한 언어입니다. 에릭슨에서 만든 얼랭 2백만 라인으로 된 프로그램은 신뢰도(reliability)가 99.9999999%입니다. 9가 9개라서 nine nines라고 부릅니다. 업계에서는 9가 5개만 되어도 훌륭하다고 합니다(1년에 5.2분 동안만 다운). 9 일곱개는 거의 도달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9가 9개라니요. 1년에 다운되는 시간이 도합 0.03초 정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조 암스트롱(Joe Armstrong)의 논문을 참고하세요.

하지만 의외로 얼랭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요즘 들어 얼랭 교과서의 출현, 그리고 멀티코어 시스템의 확산과 함께 선각 수용자(early adopter)층에서 서서히 인기몰이 중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웹 2.0의 유행과 더불에 우리나라에 인기의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는 루비(Ruby)라는 언어는 선각 수용자 사이에서는 오히려 너무 알려져서 뭐랄까 좀 진부한 느낌이 드는 반면, 얼랭은 최근 들어 하드웨어의 발전과 함께 차세대 언어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발빠른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는 얼랭 공부가 큰 유행을 타고 있습니다.

스터디에 참여하는 분들은 처음에 7명으로 시작했는데 개인적 사정으로 잠깐 휴지기를 갖고 계신 분들이 있고, 최근까지 계속 꾸준하게 참여하는 사람은 저를 포함 네 사람입니다.

스터디는 2주일에 한번 일요일 오전에 강남 부근에서 합니다. 저희가 이미 진도를 상당히 나갔기 때문에(거의 책걸이 하기 직전) 새로 참여하시는 분들 경우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터디보다는 교학상장(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이 서로를 장려한다)을 모델로 하겠습니다. 이번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저희가 짝 프로그래밍 등을 통해 멘토링 해드리려고 합니다.

자, 그러면 왜 여성 개발자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겠습니다.

먼저 가장 널리 알려진 여성 개발자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입니다. 그녀의 업적은 워낙 지대해서 동명의 상이 몇 개 있는 걸로 압니다. 그 중 하나인 Grace Murray Hopper Award는 구글이 재정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레이스 호퍼
(그녀의 놀라운 업적 때문에 "어메이징Amazing 그레이스"란 별명을 갖고 있었다)
[출처는 위키피디어]


컴퓨터계의 노벨상으로 불리우는 튜링상(1966년부터 수상 시작) 최근 수상자가 튜링상 사상 최초의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최초의 여성 튜링상 수상자 프란시스 앨런(Frances E. Allen)
[출처는 IBM Women in WITI Hall of Fame]


성별 불균형이 있는 것 같죠? IT는 테스토스테론 수치 높은 인간들이 이끌어 왔다고요? 하지만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
[출처는 위키피디어]


최초의 프로그래머는 여성이었지만 여성 튜링상 수상자는 2006년도에 처음 나왔습니다. 북미 지역에서는 IT 종사자 중 여성의 비율이 2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불균형이 심합니다. 또한 그나마 있는 여성 개발자들 마저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제 주변을 보면 여성 개발자들은 신기술 수용에 있어 평균보다 느린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수용 시기로 보면 대부분 후기 다수(late majority)가 아닐까 합니다. (저희가 얼랭을 미디어로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기도 합니다. 얼랭은 현시점에서 선각 수용자들의 언어입니다. 함께 스터디 하실 분들에게 이런 새로운 경험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왜 여성 개발자인가에 대해 간단하게 답하자면, 1) 직업별 性의 구분이 덜 한 사회일수록 성숙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2) IT업계는, 특히 우리나라 IT업계는 지나치게 남성화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3) 남녀가 골고루 일할 수 있으면 더욱 즐겁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그레이스 호퍼 여사를 기리는 의미로 매년 IT 분야에 여성인력의 참여를 지지하는 행사가 열립니다. Grace Hopper Celebration of Women in Computing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안언어축제오픈소스에 뛰어들기 등의 행사에서 여성의 참여를 진작하기 위해 참여인원 선착순 모집시 여성 쿼터를 따로 둬서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되도록 많은 IT 행사에서 여성 우선 쿼터제가 시행되기를 바랍니다.
 
당시 퍼키군이 썼던 참여 안내문을 인용합니다.
여성 우선 쿼터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요? 역차별 아닌가요?

컴퓨터과학과 산업계에서는 여성의 커뮤니티 규모가 너무 작아서 멘터를 구하기도 힘들고, 정보를 구하기 위한 네트워크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Grace Hopper Celebration처럼 그 기반을 키우는 움직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미 소개한 Grace Hopper Celebration와 IWT(Institute for Women and Technology)를 설립한 애니타 보그(Anita Borg)는 IT 업계에서 여성의 영향력 증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전산학자이자 개발자였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 뜻을 살려서 IWT에서는 여러가지 활동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IWT의 미션을 인용합니다.
  • increase the impact of women on all aspects of technology, and
  • increase the positive impact of technology on the world’s women.


뭐 이렇게 거창한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혁명과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작은 노력들을 시작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비밀) 댓글이나 이메일(우측 컬럼에)로 연락을 주세요. 별다른 참여 자격은 없습니다. 여성 개발자이면 됩니다.  마감합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