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트리는 면접을 비판하긴 했습니다만, 구인 과정 중에 사실 붙는 사람보다 떨어지는 사람이 많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있는" 일은 탈락자가 그 회사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도록 하느냐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후보가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투자를 많이 했을수록 우리는 그 후보에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5차 면접까지 가서 탈락한 후보는 그만큼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불행히도 최종 과정에서 떨어진 후보들에게는 무관심하기 쉽습니다. 이제 적당한 사람도 뽑았고 출근시킬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면 주변을 돌아보기가 쉽지 않거든요. 불합격 연락을 빠트리는 경우도 종종 있구요.

저는 후보들을 면접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사람이 면접을 끝내고 저녁 늦게 집에 홀로 돌아가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기분으로 돌아갈까. 낙심해 보이는 후보의 얼굴을 바라보면 저 역시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면접후 그 사람이 자괴감을 느끼게 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습니다. 누가 도대체 그 사람의 저녁 기분을 마음대로 망쳐놓을 권리를 갖고 있겠습니까?

면접중 그 사람의 장점을 발견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의 장점이 현재 테이블 위로 올라올까, 드러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후보가 어떤 재능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경우 굳이 그걸 끄집어 내어서 창피를 주고 가슴에 상처를 남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면접 중에도 중요하지만 면접 후의 일처리도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불합격 통지를 할 때, 개인별로 다른 내용을 보내면 어떨까요? 우리가 발견한 당신의 장점은 구체적으로 무엇 무엇 무엇이었다. 매우 훌륭하지만 우리가 이번 일자리에서 필요로 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이러한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성공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써보내는 겁니다.

저희는 서류심사, 전화면접, 일대일면접, 오디션 등을 진행하면서 각 후보별로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서 기록하고 관리했습니다. 따라서 그 후보의 단점도 보내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단점은 개개인이 이미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고, 이미 떨어져서 나름대로 패배의식에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고, 저희는 그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후보들이 탈락했다고 크게 낙심할 필요가 없으며 개개인이 모두 훌륭한 장점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인턴 구인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이 원칙을 따르긴 했으나 아쉽게도 후반에 들어와서야 이 장점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부터는 모든 불합격자분들에게 이런 메일을 꼭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부족해서 불합격한 것이 아닙니다. 맞지 않아서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훌륭합니다. 화이팅!

--김창준

p.s. 이로써 이번 인턴 구인 컨설팅에 대한 글들은 어느 정도 마감이 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