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서 진실을 들으려면이라는 글에 달린 댓글 중에 압박 면접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압박 면접은 부차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은 그 극단적 형태로 보아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면접관의 태도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제 생각에 면접의 기본은 후자, 즉 "피면접자의 최대 퍼포먼스가 드러나도록 하는 면접"입니다. 모든 다른 것은 부차적입니다.

하지만 많은 면접이 반대로 이루어 집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은 면접이나 시험에 대한 편향된 인식 때문입니다. 면접은 딱딱해야해. 어려워야해. 피면접자는 스트레스 하에서도 자기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어야 해. 자신이 겪은 경험을 고스란히 연장하려고 합니다. 밈(Meme)이죠.

두번째로, 사람을 뽑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원자가 여러명이면 일단 몇 명 떨어트려서 숫자를 줄여야 사람 고르기가 쉬운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서류를 보고 마음은 한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전문대 졸업이군'. 면접관은 자신의 느낌을 정당화해줄 적절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아무개씨 어떠셨어요?"/"어~ 어쩌구 저쩌구를 제대로 못하더라구. 그래서 떨어트렸어." 떨어져야한다고 생각드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떨어질 이유"를 갖다 붙이기 마련입니다. 훨씬 더 홀가분하게, 마음 편하게, 미련 없이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내가 살 수 없는 옷에 대해서는, 그래 나한테는 잘 어울리지 않아, 사실 유행하곤 거리가 먼 옷이잖아 등등으로 안 사도 되는 쪽으로 합리화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세째, 보신/보수주의 때문입니다. 뭔가 일을 잘못하면 큰 비난을 받는 조직 문화에서는 모두 몸을 사립니다. 웬만한 모험은 피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것보다,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모두의 첫번째 목표입니다. 켄트 벡은 이것을 "Playing not to lose"(지지 않으려고 플레이하는 것)라고 표현하며 "Playing to win"(이기려고 플레이하는 것)과 대비합니다.

그래서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노력을 하고, 종국에까지 떨어지지 않는 사람을 뽑습니다.

제가 군복무 중 부대 검열 같은 걸 종종 받았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검열 점수가 매겨지는 방식이었습니다. 검사관들이 각기 점수표를 들고 부대를 누빕니다. 그 점수표는 기본적으로 감점 체제입니다 -- 점수표는 감점 요소의 리스트들이 좌악 나열되어 있습니다. 잘못된 것을 찾았으면 만점에서 감점시켜 나가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표준화된 테스트는 군부대 같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안전 집단에서는 나름 적절할지 모르지만(그렇지 않은 예도 몇가지 생각납니다), IT 계열의 회사와 같은 모험을 해야하는 곳에서는 최선이 아닙니다.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만 보게 됩니다.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면접볼 때 마음 속으로 이 사람에게선 어떤 숨겨진 가치와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까, 후보랑 같이 한번 찾아보자구! 하는 일종의 들뜬 마음 가짐이어야 합니다. 이 사람에게서 어떤 약점을 발견해서 떨어뜨릴까? 해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약점 중심으로 사고를 하면 사실 뛰어난 인재를 얻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평범한 모범생을 얻기 쉽습니다.

면접이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람 속의 숨겨진 "베스트"를 끌어내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그 회사의 조직 문화하고도 연관이 있습니다.

니가 잘해? 얼마나 잘하나 한 번 보자. 잘하면 상주지만 못하면 벌이지, 여긴 정글이야! 하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여러분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도록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는 식의 조직도 있습니다(대안언어축제를 넘어서에서 말한 방해말자 마인드와 격려하자 마인드의 차이하고도 비슷하죠). 앞에서 지지 않으려고 하는 플레이와 이기려고 하는 플레이를 언급했는데, 피터 드러커는 문제 중심의 조직과 기회(opportunity) 중심의 조직을 비교합니다. 피터 드러커는 문제나 약점에 집중하는 것보다 기회와 강점에 집중하는 조직이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고 역설합니다.
Organizations have a gravity, the weight is constantly being pushed into being problem-focused, and one has to fight it all the time. --Peter Drucker

각 조직은 자기 조직에 적절한 사람을 뽑습니다. 다른 종류의 사람은 몰아내는 항체가 있습니다.

면접을 볼 때 피면접자가 최대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도록, 그 잠재성을 발휘하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비근한 예를 몇가지 들어 볼까요?

면접관은 되도록 노트북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보통 노트북을 펼쳐놓고 후보와 마주앉게 되는데, 상대방이 얼굴을 안보고 컴퓨터 화면에 집중하는 것, 키보드를 또각거리는 것 등은 후보를 상당히 불안하게, 또 산만하게 만듭니다.

또한, 될 수 있으면 동시에 많은 인원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최대한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피면접자가 답하기 쉬운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피면접자의 정보만 취하려고 하지 말고, 가끔 면접자의 정보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관이 "사실은 저도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그럴 때가 있어요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속내 이야기도 하고 맞장구도 쳐주고 하면 훨씬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일을 잘 하던 상황과 비슷하게 환경을 꾸며주어서, 그 사람의 업무 실력을 가늠해 봐야 합니다. 면접 실력과 업무 실력은 큰 상관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상당한 스트레스 환경 하에서 달변을 하는 능력이 핵심인 직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가졌지만 (특히 압박) 면접 능력이 부족해서 놓치는 인재들이 무척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피터 드러커의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The central question is not, What can this or that candidate do or not do? It is, rather, What are the strengths each possesses and are these the right strengths for the assignment? ... effective executives do not start out by looking at weaknesses. You cannot build performance on weakness. You can build only on strengths.

If, for instance, a division needed an officer for a training assignment, Marshall looked for people who could turn recruits into soldiers. Usually every man who was good at this task had serious weaknesses in other areas. One was not particularly effective as a tactical commander and was positively hopeless when it came to strategy. ... Never mind, could he train recruits? If the answer was yes -- and especially if the answer was "he's the best" -- he got the job.

In picking members of their cabinets, Franklin Roosevelt and Harry Truman said, in effect, Never mind personal weakness. Tell me first what each of them can do. It may not be conincidence that these two Presidents had the strongest Cabinets in twentieth-century U.S. history.

--Peter Drucker, The Essential Drucker


A manager's task is to make the strengths of people effective and their weakness irrelevant--and that applies fully as much to the manager's boss as it applies to the manager's subordinates. -- Managing for the Future: The 1990's and Beyond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