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인턴(테스트 엔지니어와 WOC 운영 스텝)은 아직 접수기간이 끝나지 않았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지원해 볼 것을 권합니다. (오픈마루 블로그 참고) 만약 독후감을 쓰지 못했다면? 저라면, 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다면 그래도 지원해 볼 겁니다.
심사 과정은 서류 -> 전화 -> 면대면 면접 -> 오디션 -> 최종 심사였습니다.
오늘은 전화면접과 오디션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전화면접
채용과정에서 떨어지는 지원자가 될 수 있으면 투자를 적게 해도 되도록 배려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식적입니다. 인터뷰 4차까지 가서 떨어지거나 하면 아무래도 몸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더 불편하겠지요. 이런 면에서 볼 때 전화면접은 지원자 쪽에서 들이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구인자 쪽에서의 획득 정보의 양과 질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전화면접을 한다는 사실 자체로는 충분하지 못합니다. 역시 무엇을 어떻게 묻는가가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저번에 쓴 "인터뷰에서 진실을 들으려면"을 참고하세요.전화면접시의 주의점은 스크립트(대본)를 미리 준비하는 데 있습니다. 음성으로만 소통하려다보니 오해의 소지도 많고, 삼천포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쉽습니다.
저는 전화면접 경우 통상 15분에서 40분 내외의 시간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매우 유용한 스크리닝 방법인데도 우리나라 회사에서는 크게 활용되고 있지 않은 듯 합니다. 단순히 서류심사로만 끝낼 경우 발견 못하는 중요한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서류심사에서 면접으로 바로 진행하게 되는 경우 많은 수의 후보들을 탈락시켜야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The Paradox of Choice :Why More is Less"라는 책에서 말하듯이 이렇게 후보(option)가 많아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 심사관은 매우 피상적인 정보로 판단을 하게 됩니다. 인상착의나 출신 대학 등. 전화면접이라는 값싼 중간 단계를 통해 이런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오류를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저희도 이번 채용과정에서 전화면접을 사용을 했고 저희쪽에서도 비용을 줄일뿐 아니라, 또 서류심사에서 뒤로 밀렸던 분들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디션
오디션은 주로 배우나 가수, 무용수, 연주가 등을 뽑을 때 쓰는 방법이죠. 오디션에서는 실제 퍼포먼스를 봅니다. 실기시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오디션은 사람을 뽑을 때 좀 더 넓은 영역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이나 경험의 양보다 실제 퍼포먼스가 중요한 경우 오디션은 거의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디션은 크게 보아 두 종류입니다.
- 퍼포먼스의 결과물을 심사
- 퍼포먼스 과정 자체를 심사
두 종류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테스트 엔지니어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 전자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터를 주고 1시간을 준 다음 테스트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하는 것이고(이 때 면접관은 참관하지 않음), 후자는 면접관이 옆에서 지켜보는 동안 탐험적 테스팅을 하라고 주문하는 것이죠. 두 가지가 각기 장단이 있습니다.
어느 경우이든지 중요한 점은 채용 후 실제로 하게 될 주된 일의 수행 능력, 혹은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잠재성을 보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오디션을 해보면 정말 의외의 정보를 많이 얻게 됩니다. 아, 우리가 서류심사, 면접을 통해서 얻은 정보만으로 이 사람 뽑았으면 큰 일 날 뻔 했네!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어이쿠, 면접 결과로 이 사람 떨어트렸으면 큰 손해 볼 뻔 했다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인터뷰는 못하지만 오디션은 잘하는 사람이 있고, 인터뷰는 잘해도 오디션은 형편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혀 다른 측면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면접관이나 후보 모두 무척 재미있기도 합니다.
이번 기획 인턴 선발에서도 오디션을 사용했고,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디션의 임무는 "오픈마루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환경적, 소프트웨어적, 문화적, 정책적 등등)을 만들기 위한 사전 연구 계획을 만드세요"였습니다. 기획 인턴이 회사에서 하게 될 가장 중요한 일이 사용자 연구(User Research)였기 때문입니다.
단, 그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말로 옮기도록 했습니다. 교육학이나 심리학 등에서 종종 사용하는 소리내어 생각하기(think-aloud, 이 기법을 교육에 활용하는 예로는 Thinkback을 추천합니다)라는 기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면접관은 후보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때에 맞춰 적절한 힌트를 줄 수도 있습니다. 네. 힌트를 줍니다. 일반적으로 면접이나 실기시험에서는 피면접자를 도와주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떨어트리는 면접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후보가 주어진 임무를 최대한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그렇다고 직접 답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고 소크라테스적 대화를 통해 후보 스스로 답을 끌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왜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요? 저희는 이미 갖춰진 지식과 경험의 양보다, 학습능력을 보고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뽑힌 사람이 하게 될 일이 불확실할수록, 그리고 그 일의 성격이 앞으로 변할 확률이 높을수록 그 사람이 이미 갖고 있는 것보다 학습능력에 초점을 두고 선발하는 것이 좋은 전략입니다. 인턴 선발이기도 했기 때문에 저희는 학습능력을 더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오디션 중 저희와 그리고 자신과 대화하기(소리내어 생각하기의 부차적 효과)를 통해 어떻게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임무는 동일했지만 후보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어떤 후보는 임무를 듣자마자 바로 사무실로 뛰쳐나가서(저희는 회의실에서 면접 중이었습니다)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후보는 처음엔 전혀 방향을 잡지 못하다가 저희와 대화를 통해 자꾸 "이 일의 목적이 무엇이지?"를 물으면서 적절한 방향을 찾아나가기도 했고, 어떤 후보는 자신이 세운 연구 계획의 허점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저희의 제안으로 다른 분을 인터뷰해보고는 자신의 연구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실제 있었던 상황의 한 장면을 아래에 스케치 해 보겠습니다.
후보: 인터뷰를 해보고 싶은데요.피면접자가 다른 사람, 그것도 직원을 면접하다니 참 재미있는 상황이죠.
면접관: 어떤 분을 모셔다 드릴까요?
후보: 어... 여기에서 불만이 제일 많은 분이요.
면접관: 왜요?
후보: 그 사람에게 제일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면접관: (밖으로 나가서 업무 중인 분을 한 분 데리고 들어온다)
후보: 반갑습니다.
직원: (영문을 몰라하며) 어.. 네. 무슨 일이죠?
후보: 제가 어떤 어떤 일로 인터뷰를 좀 하려고요.
면접/오디션이 끝나고 후보들의 소감을 들었습니다. 재미있다. 자기가 전에 해본 인턴 면접과는 많이 다르다. 더 편안하게 했다.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등등.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