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종의 공동 예술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LED Throwie라고 합니다. 우선 유튜브 동영상을 보시죠.



Graffiti Research Lab이란 곳에서 만들었습니다. 그야말로 그라피티를(혹은 그런 종류의 예술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The Graffiti Research Lab is dedicated to outfitting graffiti writers, artists and protestors with open source tools for urban communication. The goal of the G.R.L. is to technologically empower individuals to creatively alter and reclaim their surroundings from commercial and corporate culture. G.R.L. agents are currently working in the lab and in the field to develop and test a range of experimental technologies for the state-of-the-art graffiti writer.

LED Throwie는 말 그대로 던질 수 있는 LED(light-emitting diode 발광소자)를 말합니다. 전지와 강력한 자석, LED, 테이프 이 네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금속성 벽면 쪽에 던지면 자기가 알아서 벽에 달라 붙습니다.

위키피디아 항목도 있고, 거기에는 제작 방법에 대한 링크도 있습니다. 와이어드에 소개되기도 했죠.


<장면 전환>

여러분은 모두 워드 커닝햄이 누구인지 잘 아실 겁니다. 위키위키의 창안자이고 OOP와 패턴, XP에 많은 영향을 끼친 선구자이지요. 이 사람은 평소 짬이 날 때마다 다양한 실험을 합니다(정말 쓸모없을 것 같은 장난, 실험을 많이 하는데 이 사람의 형제는 워드를 능가합니다 -- 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에서...).

요 몇 년 간은 Cybords라는 걸 만들고 실험하고 있는데, 생물학에서 영감을 받은 회로, 프로그래밍 방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세포끼리 소통하는 방식을 칩끼리 통신하는 방식에 적용한다든지 하는 것이죠. 워드는 복잡성 연구로 유명한 산타페 연구소의 월터 폰타나 교수와 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2003년도에 제가 워드를 인터뷰해서 월간 마소에 실었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하겠습니다.


김창준: 요즘은 무슨 작업을 하고 계시나요?

워드: 저는 오랫 동안 생물학적 체계(biological system)의 정보 처리(information processing)에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처리라는 것 자체가 메타포이고, 그것이 생물학에 어떤 통찰을 제공하기에는 산업시대에 지나치게 묶여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 월터 폰타나(Walter Fontana, 복잡계 연구로 유명한 산타페 연구소의 연구 교수)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이 메타포를 떨쳐내고 더 나은 메타포로 대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은 조직(organization)이라는 메타포입니다.

김창준: 개인적인 연구를 하시는 건가요?

워드: 네, 제 개인(직접 자금을 제공하는) 연구 작업입니다. 월터는 "생물학적 틀짓기" 워크샵에서 만났습니다. (http://dreamsongs.com/Feyerabend/BiologicalFramings.html )

김창준: 요즘 당신의 눈길을 끄는 기술은 무엇인가요? 어떤 작업을 할 계획이신가요? 뭘 발명하고 싶으세요? :-)

워드: 단일 칩 마이크로 컨트롤러 여러개로 구성된 시스템을 갖고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 컨트롤러들을 위한 네트워킹 프로토콜을 설계했는데 세포 내의 단백질 키나아제(kinase, 효소의 일종) 신호 전달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네트워크의 일반적인 설계 목적을 모두 뒤집어버렸기 때문에 이 칩으로 형편없는 정보처리기 밖에 얻지 못하지만 조직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창준: 그럼 당신의 연구는 아마도 복잡계 이론, 창발성 같은 것들과 연관이 있겠군요. 저 역시 스왐이나 스타로고 같은 탈중심적인 시스템을 갖고 놀면서 조직에 관해 상당히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당신이 조직에 대해 이제까지 얻은 통찰의 일부분이라도 살짝 알려주실 순 없을까요?

스왐(SWARM)이나 스타로고(StarLogo) 는 모두 탈중심적인 시스템을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는 환경이다. 자연에서는 이런 탈중심적인 시스템이 더 흔하다 -- 워드가 말하는 생물학적인 조직 역시 탈중심적인 시스템이다(이는 OOP의 철학과도 상통한다). 스타로고는 제목이 의미하듯이 로고(거북이를 움직여 그림을 그리는 환경, "스타"는 정규식에서 복수를 의미하는 "*"를 일컫는다)의 정신을 이어받아, 교육용으로 적합하다. 이런 환경을 갖고 실험하고 장난치다 보면 전혀 새로운 세계관을 얻을 수 있다. 참고 자료로는, 미첼 레스닉(Mitchel Resnick)의 "거북이, 흰개미, 그리고 교통 체증"(Turtles, Termites and Traffic Jams)이라는 서적을 적극 권한다.

워드: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 이상으로 말씀드릴 준비는 아직 되어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워드가 올해 참가한 Maker Faire에서 GRL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들의 도움으로 LED Throwie를 만들어봤다고 합니다. 그 LED Throwie에 워드가 자신의 칩 하나를 연결했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새로운 매쉬업이 탄생합니다. LED Throwie가 말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워드가 이름하길, ThrowieTalkie!

정확히 말하면 모르스 부호로 말하는 LED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보시죠. 제작방법도 있습니다.

<다시 장면 전환>

워드는 올 Agile 2006 컨퍼런스 내내 자신의 이름표 안쪽에 자석을 하나 넣어놓고, 바깥쪽에 자기가 만든 ThrowieTalkie를 붙여놓고 다녔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는 자랑을 했죠 -- 그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이란! 전지 수명이 의외로 꽤 간다고 합니다. 깜빡이기 때문에 오히려 1,2 주는 넘게 지속된다고 하네요. 그럼 도대체 모르스 부호로 뭘 보내고 있느냐. 위키피디아의 Graffiti라는 페이지에 있는 글을 내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Scrum이라는 방법론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인 Ken Schwaber는 해군 출신인데 멀리서 워드가 명찰에 달고 있는 반짝이는 물체를 본 순간 바로 그게 모르스 부호인 줄 알았고, 또 즉석에서 문장을 해석해 냈다고 합니다)

가격이 그리 세지 않아서 여러개를 만들 수 있고 그걸 벽에 던져두면 여러 목소리를 동시에 듣게 되겠죠(모르스 부호를 읽을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만)?

워드 커닝햄은 이야 말로 진짜 매쉬업 아니냐며 강조했습니다. LED Throwie와 Cybords, Wikipedia의 결합이지요.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기도 하고요.

이번 대안언어축제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관련 튜터리얼(워크샵?)이 있습니다. 박응주씨가 진행을 해주실 예정이고요. 참가자(우리는 주자라고 부릅니다)들과 함께 뭔가 만들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ThrowieTalkie를 같이 만들 수도 있겠습니다.

--김창준

p.s. 대안언어축제에 70여명 정도의 자리가 남았습니다. 성비 차이가 큰 관계로 남녀별로 쿼타를 두기로 했고, 여성분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여성분들은 신청하면 참가하실 수 있을 확률이 거의 100%입니다 -- 하지만 마감이 얼마남지 않은고로 되도록 빨리 신청하시길. 많은 참여 바랍니다(sungshusheng at gmail.com으로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