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리치료사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들(The Study of Supershrinks: Development and Deliberate Practices of Highly Effective Psychotherapists, The Role of Deliberate Practice in the Development of Highly
Effective Psychotherapists)에 따르면, 기존의 전문성 연구들이 보여준 결과와 같이 상담자의 성별, 나이, 경력, 최고학위, 직업 같은 것들이 상담효과를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 여러번 얘기했던 대로, 상담효과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의도적 수련의 양이었습니다. 질문의 예를 하나 보죠.
"How many hours per week (on average) do you spend alone seriously engaging in activities related to improving your therapy skills in the current year?"
상담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혼자서 진지하게 전념하는 활동에 올해 주당 (평균) 몇 시간이나 쓰시나요?
이 부분은 다른 영역(스포츠, 세일즈, 악기연주, 프로그래머, 관리자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온 것으로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편입니다.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을 추가적으로 발견한 게 있습니다. 상담을 하고 나서 내담자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것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요, 단순히 피드백을 받는 횟수 등은 상담효과와 관련이 없었습니다(피드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달인이 되는 비결 참고 -- 첨언하자면 그냥 피드백이 아니라 어떤 피드백이냐가 중요하다는 것). 대신 내담자의 피드백에 상담자가 놀란 횟수는 상담효과를 높은 정도로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상담효과 분산의 약 62%를 설명).
상관성의 방향은 양이었을까요 음이었을까요? 상담자가 의외로 생각하는 횟수가 많으면 상담 효과가 높습니다. 예컨대, "이상하네, 아까 분명 만족스러워 보였는데 피드백으로는 아니라고 하네" 같은 놀라움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직관과는 반대이죠. 전문가가 덜 놀라고 오히려 초보자들이 더 놀라야할 것 같은데, 실상은 반대였던 겁니다.
... higher performing therapists were more likely to be surprised by the feedback that they received from their clients.
여기에서 우리가 고민해봐야할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내가 놀랄 수 있는 피드백이 내가 뭔가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놀라지 않으면 학습도 없다.
- 내가 놀랄 수 있는 피드백을 구하려고 해야 한다.
- 상대가 그런 종류의 피드백을 부담감 없이 나에게 말해줄 수 있게 소통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 상대의 피드백이 내 기대와 다를 경우 그걸 대충 설명해 치워버리지 말고(explain away)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수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4번은 예컨대 이런 경우를 말합니다. "어? 아까는 만족스러워하더니 피드백에는 안좋은 점수를 줬네? 실수한 거겠지" 인지심리학자인 게리 클라인은 자신의 책 통찰 : 평범에서 비범으로에서 예외의 사건을 대충 얼버무려 버리는 것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연구에서는 통찰을 얻는 사람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가 예외를 "어라? 신기하네"하고 받아들이고(워드 커닝햄이 그랬듯) 더 속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과거에 프로그래머 면접을 하다가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펼쳐진 프로젝트에 대해 질문을 했더니 그런 프로젝트가 없다고 자신있게 답했던 분이 생각이 납니다. 전문가라면 어라가 없을리가 없고, 또 자주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일에서 "어라" 경험이 얼마나 되는가 생각해보세요. 만약 어라가 없다면 내가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확증편향, 더닝-크루거 효과 등). 어라는 우리에게 학습할 기회를 줍니다.
아마도 진짜 전문가는 나날이 좀 더 자주 놀라면서, 좀 더 경이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