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페이스북에 썼던 글인데, 관련해 문의하시는 분도 계시고, 현재 우리가 하는 일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고 싶은 분들을 위해 블로그에 옮깁니다. 우리의 일을 각자 따로 하는 것은 익숙한데 함께 협력적으로 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구요.


어, 제가 회사에서 연구할 때 우리 팀에서 썼던 방식과 비슷하네요.

1) 팀이 5명이라고 하고.. 우리가 리서치 하고 싶은 주제가 있겠죠. 처음에 시간을 정합니다. 예컨대 1시간(이 시간은 우리가 전체 프로세스에 투자하고 싶은 시간에 맞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각자 흩어져서 1시간 동안 개인별로 논문 검색을 합니다(이 부분이 중요, group think를 피하기 위함). 뭔가 눈에 띄는 논문이다 싶으면 무조건 프린터로 찍습니다.

2) 시간이 다 되면 다 같이 한 자리에 자기가 찾은 논문 인쇄물을 갖고 모입니다. 각 논문은 스테이플러로 찍어옵니다. 테이블 한 가운데에 그 논문들을 다 모읍니다. 당연히 각자 논문검색을 했으니 중복인쇄된 논문도 있을 겁니다(이 게 사실 좋은 메커니즘임 -- 발견될 확률을 높여줍니다).

3) 이제는 테이블 위에 논문을 쌓아둘 세 군데의 자리를 정합니다. 하나는 "다시 한 번 제대로 봐야 한다", 하나는 "시간 되면 다시 보자", 마지막은 "볼 필요 없을 것 같다". 5명이 테이블 주위에 둘러앉아(마치 가운데 불이 있는 캠프파이어처럼) 가운데 무더기에서 논문 하나씩을 집어들어 간략하게 읽고 빨리 판단해서 세 개의 무더기 중 하나로 옮깁니다(triage). 보통 논문 하나에 1분 이내의 시간을 들이면 적당합니다.

4) 테이블 가운데의 논문(미분류된 것)을 모두 분류했다면 이제는 다음 단계입니다. "다시 한 번 제대로 봐야 한다"에 해당 하는 논문 뭉탱이만 두고 나머지는 모두 테이블에서 치웁니다(만약 남은 시간에 비해 그 논문 숫자가 적다면 "시간 되면 다시 보자" 그룹도 넣습니다). 이렇게 해서 논문 숫자가 너무 많다면 앞의 3) 단계를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아니면 다음 단계로 진행합니다.

5) 이렇게 추려진 논문들의 숫자가 적당하다면 이번에는 좀 더 세밀하게 갑니다. 각자 테이블에 남은 논문을 대략 읽고(맘에 드는 것은 좀 꼼꼼히 읽고 아니면 대충 읽어도 됨) 읽었으면 논문 첫장 우상단에 자기 싸인을 합니다(서로 다른 색깔 펜을 쓰면 좋음). 그리고 논문 텍스트 중에서 우리에게 중요하다 싶은 부분에 커멘트를 달거나 줄을 긋거나 하고 자기 싸인을 거기에도 붙입니다. 테이블에 올려진 논문들 모두에 모든 사람의 싸인이 붙는 걸 목표로 합니다.

6) 마지막으로는 논문 하나씩 뽑아서 각자 의견, 소감 등을 나누며 정리합니다.

이렇게 한 번 하면 다섯명이 반나절이면 수백편도 소화합니다. 해당 주제에 대해서 대략적 지형도를 갖게 되죠.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