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내 대형 SI업체 교육 담당자분들과 이야기할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 나름의 회사 외부 교육에 대한 생각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 내용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써봅니다.

회사에서 외부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교육장으로 가서 다른 회사 사람들과 섞여 듣는 경우도 있고, 온사이트(on-site)로 회사 내부 사람들 대상으로만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사장이라면 온사이트 교육을 이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교육 업체와 계약시 교육 후 적어도 1개월 후효과 분석을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효과 분석에는 교육에 대한 만족도뿐만 아니라 행동변화를 포함시켜 달라고 합니다. 또 이 행동변화는 자신의 평가(self-report)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관찰도 넣어달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1. 교육을 받는 목적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근본적으로는 "행동"의 변화가 핵심입니다.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교육의 효과(그것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를 이야기하기가 힘듭니다. 마인드 변화도 결국은 행동의 변화를 통해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행동이 중요합니다.
  2. 교육 직후에 하는 만족도 조사와 실제 행동이 바뀌는지 여부는 서로 상관 관계가 낮은 편입니다. 교육 직후에 만족도가 아무리 높아도(예컨대 즐겁고 재미있음) 한 달 후에 자신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가 있고, 반대로 직후 만족도가 낮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수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육 직후 만족도는 이 사람이 그 시간을 즐겁게 보냈는가 딱 그만큼의 정보가치가 있습니다.
  3. 한 달 정도 기간이 지나면 비교적 차분하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교육 받은 시점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좀 더 마음 편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특히 조사를 익명으로 진행한다면). 또한 효과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이 교육이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이득을 줄지), 과거를 평가하는 것(지난 한 달 동안 내가 그 교육을 어떻게 써먹었는지)이기 때문에 더 믿을만 합니다.
  4. 효과 분석을 할 때에는 한 두가지의 소스만 이용하는 것보다 소스를 다각화 하는 것이 신뢰도가 높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평가하는 것과 남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효과 분석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하여, 삼각측량(triangulation)을 하는 것이 신뢰도가 높습니다. 여기에서 "행동"을 중심으로 생각할 때 좋은 점은, 행동은 관찰 가능하여 다른 사람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5. 교육 업체가 1개월 후에 행동변화를 만들어낼 것을 생각하고 교육 설계를 하게 되면 아예 태도와 접근법 자체가 달라지고 훨씬 더 고민하게 됩니다. 교육 전에 사전 조사를 해야할 수도 있고요. 통상 더 높은 품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6. 행동 변화까지 자신이 없는 교육 업체는 이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떨어져 나가 자동으로 스크리닝이 된다. 또한 이 업체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방식을 통해 이 업체의 학습 싸이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고, 이는 다시 이 업체의 교육 품질에 대한 간접적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7. 1개월 후 효과 분석을 통해, 이 교육에서 어떤 면이 성공적이었고 어떤 면이 그렇지 못했는지 구체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피드백을 활용해 개선 계획을 세우거나, 다음 교육 계획(혹은 교육 요청)을 만들 수 있겠죠. 일종의 "의도적 수련"이 되는 셈입니다. 이걸 반복하다 보면 효과적인 교육 받는 데에 전문가가 됩니다(교육 업체 역시 효과적인 교육에 대한 전문가가 될 수 있죠 -- 단순히 교육 직후 즐거운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

모든 교육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예컨대 1-2시간 강의), 우리 회사 입장에서 큰 투자라고 생각이 든다면(교육 시간, 비용 등) 이런 요구를 해볼 것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