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1일부터 총 5일간(11,12,15,16,17) 애자일 심화 교육을 합니다. 대상은 대구/경북 지역 직장인과 대학생입니다. 교육 장소는 경북대학교이고요. 그래서 며칠간 대구에 내려가 있을 겁니다.

이번 심화 교육은 저에게도 하나의 도전입니다. 저에게 이 교육의 키워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전이"(transfer)를 꼽겠습니다.

전이는 쉽게 말해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치는 걸 말합니다. 예를 들어 기본 문제를 열심히 공부했더니 심화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전이고, 파이썬을 배웠더니 루비를 쉽게 하더라도 전이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실텐데 모든 교육은 기본적으로 전이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애자일 교육에서의 전이라면, 교육 시간에 다루었던 문제들 외에 실무를 하면서 닥치는 문제(기술, 인간, 조직 문제 등 모든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걸 말하겠죠. 모든 교육 프로그램에서 필수적으로 고민해야할 주제입니다.

커크패트릭 모델(Kirkpatrick Model)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교육 효과를 측정하는 모델인데요, 여기에서는 평가를 4단계로 나눕니다.
  1. 반응
  2. 학습
  3. 행동
  4. 결과/퍼포먼스
첫번째 수준에서는 학생들의 반응을 봅니다. 교육 자체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냐 그런 것이죠. 저희가 했던 교육들은 이 수준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상당한 감동을 받기도 하고, 일생에 남을 교육이었다고 술회하기도 하고요. 많은 교육들이 이 반응 수준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죠. 이 모형에서는 첫 단계가 해결이 안되면 다음 단계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 수준은 학생들의 지식이나 능력이 얼마나 늘었나 하는 걸 봅니다. 저희의 교육에서 이 부분도 상당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해보면서 배우도록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세번째 수준은 그래서 행동이 바뀌었냐 하는 겁니다. 여기서부터 좀 자신이 없습니다. 몇몇 교육생은 실무로 돌아가서 눈부신 행동변화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상당수는 몇 개월 후 소위 약발이 떨어지면서, 또 주변의 태클을 계속 받으면서 옛날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교육 때 했던 "환상적" 경험은 아련한 가슴속 추억으로 남습니다. "언젠가 환경이 되면 꼭 그렇게 일해봐야지"

네번째 수준은 결과적으로 비즈니스에 어떤 성과를 남겼냐 하는 겁니다. 가장 어려운 수준이죠. 대부분의 경우 아예 이 수준의 측정은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 혹은 하지 못합니다. 저희도 교육 후에 제 4수준까지 도달한 교육생(사실 대부분 교육"집단"인데, 교육을 받을 때 전체 팀이 받으면, 혹은/그리고 교육 이후 코칭까지 이어지면 4수준까지 들어올 확률이 곱절 이상 높아집니다)이 있긴 합니다만 절대 대다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수준이 높아질수록 달성하기가 쉽지 않고, 또 평가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도 더 깁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느끼셨겠지만, 이 모델은 단순하고 좀 순진한(naive) 모델입니다. 하지만 생각의 꺼리들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봅니다. 과연 우리가 하는 교육은(혹은 내가 받는 교육은) 어떤 수준까지 도달하는가.

절대 쉬운 질문이 아닐 겁니다. 켐 케이너(Cem Kaner, 테스팅 전문가) 같이 대단한 사람도 자신이 하는 교육의 "전이" 문제에 대해 그렇게 만족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 3, 4 수준은 만족스럽지 못하냐에는, 예컨대, 조직에서 도입/구현 지원을 해주지 않고 단순히 교육 지원만 해준다(혹은 종종 교육도 지원 안해준다)는 등의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굉장히 많은 문제들이 얽혀있지요. 하지만 전 결국 교육자도 상당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교육자 자신을 더욱 채찍질해서 교육 수준이 더 나아지게 만든다고 봅니다).
 
저는 이번 목표가 대다수의 교육생들이 상당한 수준의 전이를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다양한 교육적 경험들을 했고,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습니다(하루에 논문을 수십개씩 읽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저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