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경력과 실력의 상관관계에 대해 기사를 썼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컬럼이기 때문에 주로 개발자에 초점을 맞춰서 글을 썼는데 오늘은 의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긴 글을 쓸 시간은 없어서 그냥 간략히 적겠습니다.

위 제목과 같은 질문을 받으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아니,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십니까? 같은 병원에 원장이 여러명입니다(요즘 이런 병원 많죠). 사진이 벽에 걸려있습니다. 가장 젊은 사람을 고르시겠습니까, 나이든 사람을 고르시겠습니까?

이런 판단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연구 결과를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급성 심근 경색(Acute Myocardial Infarction 이하 AMI)이라는 병에 대한 사망률과 의사, 병원의 여러 속성에 대한 관계 연구입니다. 4000명이 넘는 의사를 대상으로 했는데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사가 졸업후 연차가 1년 늘어날 때마다 이 사람이 치료한 환자의 AMI 사망률은 0.5%씩 증가합니다. 예를 들어 경력이 0년인 의사와 30년인 의사를 비교하면 경력 많은 의사의 환자가 죽을 확률이 15% 이상 높은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상대적인 사망률이고 기준 AMI 사망률이 11%에 못미치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 둘은 각기 10%(경력 0년) 대 12%(경력 30년)대가 되겠죠. 큰 차이는 아닙니다(만 실제 죽는 사람 숫자로 따지면 느낌이 좀 다르긴 하겠습니다).

의학계에서는 경력과 실력 간에는 큰 상관이 없고, 있다면 음의 상관성(즉, 경력이 증가하면 실력은 떨어지는)이 있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More recent reviews and meta-analyses of thousands of experienced health professionals show weak or non-existent correlations between performance on representative tasks and years of professional experience after the completion of education. In fact, for many types of performance there is a negative correlation with years of experience, which suggests a decay in previously acquired skills. -- K. Anders Ericsson, An expert-performance perspective of research on medical expertise: the study of clinical performance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그 사람들의 그 많던 경험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의학의 발전은 눈부십니다. 그런데 대부분 학교를 졸업하면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업데이트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첫번째 문제이고요, 두번째는 경험의 양날 때문입니다. 경력이 많으면 패턴 인식으로 순식간에 이 문제가 어떤 종류에 속하는지 판별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것 때문에 맹점이 생깁니다. 아전인수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죠. 자기가 과거에 경험한 케이스로 끌어와 버리는 겁니다. 하지만 경험 때문에 덕을 보는 것도 많습니다(예컨대 위 연구에서 AMI 사망률과 의사가 경험한 AMI 케이스 숫자에는 음적인 상관관계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것들이 상쇄효과를 일으켜서 경력년차가 통계적으로는 실력에 큰 영향을 못주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위 제목에 답을 하자면 "큰 상관없다"입니다. 대신 뭘 봐야할까요? (의사의 의도적인 수련양을 직접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간단하지가 않겠네요)

위 논문에도 몇가지 답이 있습니다(예컨대 해당 분야의 전문 자격증을 따고, 졸업한지 얼마 안되었으나 그 질병 환자는 여럿 본 의사 "Less patient mortality was associated with treatment by physicians who were cardiologists, cared for larger numbers of AMI patients, were closer to their graduation from medical school, and were certified")만 저는 닥터스 씽킹(How Doctors Think)이란 책의 조언을 권합니다(이 책은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그 책에서 추천하는 의사는, 환자에게 관심을 갖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질문에 잘 답해주고, 환자의 의구심에 진지하게 자신의 사고를 의심해 볼 수 있고, 또 환자에게 시간을 많이 배려할 수 있는 의사(너무 인기있는, 고로 하루에 백명 가까운 환자를 보는 의사는 이 조건에서 탈락합니다)입니다. 이런 의사가 보통 의도적 수련도 많이 할 겁니다.

환자를 무식한 사람 취급하고 불친절하고 고압적이며 자신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조심해야 합니다. 사실 의사들도 실수를 많이 하고, 예컨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확률에 대한 판단력 같은 경우는 일반인에 비해 크게 낫지 않습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