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인터넷에서 호루스캐논이라는 게임의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자료를 찾아보니, 같은 개발자가 최근에 돈키호테(스크린샷, 동영상)라는 온라인 게임도 만들었더군요.



가슴이 설레이더군요.

정말 놀라운 점은 한 명이서 북치고 장구쳐서 만든 작품들이라는 점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이 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음악, 그래픽, 프로그래밍, 기획을 한 몸으로 해낸다는 것은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면서 돈 많고 잘 생기기까지 한 "엄마친구아들"과 같은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 하나만 할 줄 알지만 저 분의 작품을 보고 "오, 저 정도도 나는 어렵겠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에게는 살리에리적 좌절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저는 대단한 사람을 보면 좌절하기보다 배우려는, 매리 분석하기(Analyze Mary)[1]를 실천하는 사람이기에...

곧바로 평소 친분이 있는 송우일님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이 분을 인터뷰해보자. 그래서 인터뷰를 했고 기사가 나왔습니다. 저랑 송우일님이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혼자가 아닌, 1인 게임 개발자 이야기

군데 군데 인상적인 말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돈키호테를 예로 들면 초기엔 잠수정을 타고 심해로 탐험하는 시뮬레이션적인 게임 요소가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개발이 진척돼 잠수정을 조종할 수 있는 시점이 왔지만 본 게임의 게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박병용


이런 것은 큰 조직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좀처럼 일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뭔가 과거에 했던 것을 포기하는 것 자체가 조직에서 자신의 무능력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길이 아닌가벼 하면서도 그냥 그 길을 갑니다. 다들 자신들이 만드는 것이 실패할 거라고 확신하며 자신들의 노력과 작품을 조소하고, 결국 동기와 열정 수준은 바닥을 칩니다. 이런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은 1인 개발의 장점이지요. 하지만 저는, 새로운 통찰을 얻었을 때에 선회하거나 길을 가다가 반짝이는 뭔가를 발견했을 때 웅크리고 앉아 바닥을 살필 수 있는 능력을 조직 수준에서도 이뤄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음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혼자 만든 게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한 사람이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과는 상관없이 게임을 즐기는 것 역시 확실히 창작의 영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게임상에서 커스텀 등 편집 기능으로 자신이 콘텐츠를 구현하는 것만이 아닌 자신에게 유희를 주는 활동을 스스로 게임 안에서 능동적으로 찾지 않으면, 그건 게임 사용자가 없는 상황과도 같다고 봅니다. --박병용
꼭 게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웹서비스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혼자 만든 게 아니다"라는 말에 모노폴리(Monopoly)[2]라는 베스트셀러 게임의 역사가 떠올랐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박병용님과 인터뷰 진행을 함께 해주신 송우일님께 감사드립니다.

--김창준



[1] 메리 분석하기 (아래 글은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05년 4월호에 필자가 기고한 "고수 : 무술과 프로그래밍에 대한 소고"라는 글에서 인용)

필자가 만든 말 중에 ‘메리 분석하기(Analyze Mary)’라는 게 있다(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라는 영화에서 따온 말이다). 우리 주변에는 메리처럼 뭔가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남들과 비슷하게 일을 하는 듯하면서 늘 더 나은 성과를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을 볼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사람은 특별하다는 감탄사를 외치고 나는 왜 그들처럼 될 수 없을까 한탄하고, 곧 까맣게 잊는다. 다음은 필자가 노스모크에 썼던 글이다.
그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분석하라. 그리고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특별하게’ 하는지 알아내고 그걸 배워라. 또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특별해질 수 있었는지 배워라. 조만간 당신도 그들이 하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매일 본다. 그러나 부산에서 봤던 구두솔(구두약이 나오는) 파는 아저씨를 도무지 잊을 수가 없다. 그 아저씨는 내가 타고 있던 칸에서만 50개를 넘게 팔았다. 아주 경이로운 장면이었다(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저 사람은 물건을 이렇게 잘 파는 것일까. 내게는 그 사람이 세일즈의 달인으로 보였다. 나는 세일즈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세일즈의 기본은 설득과 유혹이다. 설득과 유혹은 내가 나날이 사용하는 기본적인 삶의 도구들이다. 그래서 그 사람을 ‘Analyze Mary’ 해보았고 거기서 많은 통찰과 영감을 얻었다. 그 사람은 좌석에 앉은 사람들의 신발을 일일이 자신의 구두솔로 닦아주었다 --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아 물론 운동화와 샌들은 빼고). 그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저마다 반짝거리는 자신의 신발을 이리 저리 돌려 보면서 신기해했다. 그 사람이 신발을 닦아준 사람의 90%는 모두 구입을 했다. 상품과 세일즈 기술이 잘 결합된 좋은 예였다.


나는 여기 등장한 구두솔 아저씨를 고수로 생각한다. 그 아저씨의 고수됨은 이소룡의 고수됨과, 또 베토벤의 고수됨과, 다익스트라의 고수됨과 크게 다르지 않다.


[2] 모노폴리

이 게임의 히스토리가 굉장히 재미있는데 제가 CCK 행사 때에 간단히 소개를 한 바 있습니다.

다음 두 책을 추천합니다.

모노폴리는 세간에 알려진 바와는 달리, 특정인의 기발한 착상에 의해 탄생한 게임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에 의해 진화해 온 게임입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이 됐다고 하는 헨리 죠지(Henry George)가 영향을 줬고, 퀘이커 교도 엘리자베스 매기(Elizabeth J. Magie Phillips)가 영향을 줬으며, "조화로운 삶"의 스코트 니어링(Scott Nearing)과 그의 제자들도 영향을 줬습니다. 현대 모노폴리 게임의 구성 요소, 게임 룰 구석 구석에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