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제 8회 자바 개발자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자바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자개컨)는 국내에서 열리는 개발자 컨퍼런스 중 대표적인 "대형" 컨퍼런스입니다. 저는 4, 5, 6, 7회 연달아서 발표를 했습니다만 이번엔 순수하게 참석자 입장으로 갔습니다.

작년부터인가 자개컨에서는 토론 트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토론 트랙은 여러 가지의 토론 주제가 있고 각 주제별로 원탁이 할당되어 있으며 각 원탁에는 의자가 둘러져 있는데 이중원입니다. 안쪽의 원에는 패널들이 않고 바깥 원에는 일반 참석자들이 앉습니다.

저는 "개발자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가"라는 토론에 참석했습니다. 패널은 아니었고요.

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상술)

패널 중 한 분이셨던 이진행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하다 보면 매번 새로운 언어, 새로운 기술을 쓰게 된다. 그러면서 지식이나 실력은 늘지 않는다. 느는 것은 눈치이다. 또 겁이 없어진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한바탕 구르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 생긴다.

양수열님께서는 같은 3년 경력도 두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1년차 경험을 세번 반복한 경우와, 1년차 경험 위에 2년차의 경험을 하고, 다시 3년차에 합당한 경험을 누적한 경우. 제가 월간 마소 2005년 4월호와 6월호, "고수 : 무술과 프로그래밍에 대한 소고"에서 했던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지요.

역시 패널 중 한분이셨던 매트 톰슨(Matt Thompson)씨는 썬(Sun)의 사례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썬에는 개발자들의 다양한 레벨이 있습니다. 최고는 아마 썬 펠로우(Sun Fellow)인 듯 한데, 거의 CEO와 동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더 이상 경력년차가 승진시(즉, 레벨 업의)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개발경력과 개발능력 간에 통계적 상관성이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제가 인터뷰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경력이 10년이 넘게 SI 쪽 일을 하신 분입니다. 어떤 기술이나 언어도 두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특기를 여쭤보면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쓰고 난 기술과 언어는, 다음 프로젝트에서 다시 쓰지 않는 이상 두번 다시 돌아보지 않는답니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위기지학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을 뿐더라, 있다고 해도 몇 년 전에 만든 것이고 지금은 사용하지도 않으며, 더욱이 이전에 만들었던 코드를 개선하는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런 분들은 되도록 뽑지 않습니다.

반대로 경력은 짧지만 뛰어난 분들은 위기지학하는 프로그램도 많고, 최근에 뭔가 새로운 통찰을 얻은 경우, 자신이 몇 년 전에 짰던 프로그램일지라도 다시 끄집어 내어서 리팩토링하는 식으로 최근의 통찰을 과거에 반영하고 실험해보는 등, 과거 반성과 개선의 노력을 한다는 점들이 달랐습니다.

(나머지 글 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