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V에서 여성 원형 탈모에 대한 특별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원형 탈모는 일반적인 탈모와는 다르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빠지면 머리카락이 점점 얇아지면서 빠지게 되지만 원형 탈모의 경우 그런 과정 없이, 어린 나이에도 모근까지 쑥 빠져버립니다. 그 이유가 또 참 신기한데, 인체가 모근, 모낭을 외부침입자로 오해를 하고 공격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발 이식 수술을 해도 다시 빠져버리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원형 탈모로 고생하는 여성분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방송했습니다. 나이 마흔이 다 되어서 시집을 못가고 어머니랑 사는 노처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전염병 환자 취급을 한답니다. 유치원 들어가기 전부터 원형 탈모로 체모가 거의 모두 빠져버린 여아가 있는데, 같은 처지의 다른 아이는 유치원에 입학하려고 했더니 다른 아이 엄마들이 반대를 했답니다. "저 아이가 들어오면 우리 애는 다른 유치원으로 갈거에요" 결국 애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유치원을 나왔고 결국 호주로 이민을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1년후 "호주 너무 좋아"라는 전화가 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럴 처지가 안되는 엄마는 밤새 울다가 결국 시골로 이사를 갑니다.

여러가지 가슴 아픈 사연들이 나오다가, 일본의 경우가 소개되더군요. 일본은 여성 원형탈모가 우리보다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여성 세 명 중 한 명 꼴인가, 그 정도라고 하더군요. 어떤 젊은 여성이 매우 자신감 있는 얼굴로 생활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습니다. 가발을 쓰고 생활합니다. 또 인터뷰시 국내 여성분들과는 달리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더군요.

이 여성도 처음에는 집 안에 틀어박힌 채 자기 머리를 인식하지 않으려고 술 깨면 술 먹기를 반복했답니다. 자살 시도도 몇 번 했고요.

그런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원형탈모증을 겪는 사람들의 모임을 찾게 됩니다. 실제로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교감하고, 또 전문가를 초빙해서 강연도 듣고. 삶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 커뮤니티의 힘이구나! 자살하려는 사람의 의지도 바꿀 수 있는 힘이로구나! (하지만 단순히 온라인 커뮤니티로만은 그런 힘이 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 화학적 교감이 없지않습니까)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