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뇌는 남성에 가깝습니까, 여성에 가깝습니까?

삼차원 공간에서 세단짜리 계단을 생각해 보세요. 그 계단을 머리 속에서 회전시켜 보세요. 잘 되나요? 만약 잘 된다면 남성뇌에 가깝고 잘 되지 않는다면 여성뇌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실험으로 밝혀진 것인데, 남성들이 평균적으로 삼차원 모형 회전 능력이 여성에 비해 더 뛰어납니다. 그런데 여성 중에서도 남성홀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여성 평균에 비해 높은 사람은 다른 여성에 비해 삼차원 모형 회전을 잘합니다. 반대로 남자 중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비교적 낮은 사람이 공간 지각력(및 수학적 사고력)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한 사람 내에서도 월경 주기, 계절 등에 의한 홀몬 변화에 따라 공간 지각력 등의 변화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전반적 지적/인지 능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편입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 성별 내에서의 차이가 성별 간 차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기도 하죠.

학계에서는 성별간 뇌 기능의 차이가 최근까지도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진화심리학 쪽에서 남녀 차이를 부각하려고 합니다. 남녀 역할의 차이(예컨대 남자는 밖에서 돌아다니면서 사냥을 해야했기 때문에 길 찾기를 잘한다)와 진화를 연결지어서 멋진 스토리를 뽑아내고 싶으니까요. 이에 관해서는 핑커(Pinker)와 스펠케(Spelke)의 논쟁을 참고하세요.

오늘은 재미있는 테스트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일명 Brain Sex(뇌의 성별)입니다.

테스트

BBC 방송국 사이트입니다. 전문 심리학자들과 공동으로 이 테스트를 만들었고 여기에서 수집된 자료를 실제 연구에 사용한다고 합니다(연구용 자료 수집 기간은 작년에 끝이 났습니다).

저는 남성과 여성의 뇌가 실제로 어떤 차이가 있는가보다 남성적 사고와 여성적 사고의 차이를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제 컨설팅 경험을 돌아보면, 성공하는 팀일수록 남성적 사고와 여성적 사고가 적절히 배합된 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좀 더 흥미로운 것은, 남성적 사고가 주도적인 팀보다는 여성적 사고 쪽으로 좀 더 기운 팀이 변화의 여지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현대 사회의 조직과 환경 자체가 남성적 사고 중심으로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에 주변의 영향력을 상쇄하려면 여성적 사고가 좀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합니다.

예전에 썼던 글인데, 꼭 남성 대 여성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서 인용합니다. "유치함과 진지함"입니다.


유치함과 진지함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음양과 같다. 유치함은 재미없고 답답한 엄숙주의를 극하고 진지함은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대충주의를 극한다.

본인이 관찰해 본 바에 따르면 애자일 방법론이 성공하냐 안하냐는 것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느냐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모였느냐에서 또 중요한 것이 각자가 유치함과 진지함의 양면을 구유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둘 다 빠져서는 당연히 안되고, 그 중 하나만 갖춰도 안된다. 꼭 두가지 모두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술자리가 아닌 곳에서 머리에 쥐모양 모자를 눌러쓰고 찍찍 소리를 낸다면(나는 교토대의 노교수가 컨퍼런스 참석자 앞에서 이 행동을 하는 걸 봤다) 유치함을 갖춘 것이고, 술자리가 아닌 곳에서 요즘 고민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토닥여줄 수 있다면 진지함을 갖춘 것이다.

맨정신으로 대놓고 유치함을 즐길 수 있고, 맨정신으로 대놓고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면 우리 사회와 조직은 좀 더 살기 좋아질 것이다.

저는 이 Brain Sex 테스트를 몇 개월 전에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 결과를 기록해 두었네요. 남성 여성 비율이 딱 0점입니다. 정확하게 가운데라는 뜻이죠. 경상남도 남자로서 나름대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팀 내에서 한번 해보세요. 테스트를 하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들의 뇌 성별을 미리 짐작해서 적어놓은 다음 실제로 테스트 결과는 어떤지 한번 비교해 보고, 팀 전체 토론도 해보세요. 우리 팀은 남성적 뇌가 압도적인 팀인가, 그렇다면 어떤 습관을 키우면 좋을까.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