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개한 주황색 프로토타입 때문에 100달러 노트북이 다시금 화제입니다.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하나 갖고 싶다. 게임이 돌아가냐. 메모리는 얼마나 되고, HDD 용량은 얼마냐. 우리가 구입할 수 있냐. 가격의 혁신이다. 노트북이 소모품이 되었다 등등. 신문 같은 매체에서 하는 이야기도 크게 다름이 없습니다. 비판도 많은데 비슷비슷합니다. 그런 열악한 박물관 컴퓨터로 무슨 교육적 효과를 바라느냐. 가난한 나라 아이들을 모두 프로그래머로 키울 작정이냐. 기술 이상주의(Techno-uptopianism) 아니냐. 물과 음식이 없어서 죽는 사람이 얼마인데 무슨 개소리냐.
100달러 노트북이 소개된 작년부터 대부분 그런 반응만 있었습니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 너무나 잘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나 신문에서 너무 표면적 이야기만 전달하지 않고 심층적인 내용을 분석했으면 하고 바랬습니다만 아직 제대로된 글을 보지 못했습니다.
100달러 노트북은 손가락입니다. 그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달은 크고 밝은 보름달입니다. 손가락에 비교할 수 없습니다. 달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OLPC(One Laptop Per Child 아이마다 랩탑 하나씩) 프로젝트의 대변인도 아니고, 무슨 사명도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나 그 프로젝트의 관계자나 연구자도 아니고 해서 그냥 변죽만 울려보려고 합니다.
우선 OLPC를 이해하려면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들 잘 알고 있는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 교수가 있습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행동가이며 스타입니다. 네그로폰테 뒤에는 MIT 미디어랩의 "학습의 미래"(Future of Learning) 연구 그룹 사람들이 있습니다. 앨런 케이(Alan Kay), 시모어 페퍼트(Seymour Papert), 데이비드 카발로(David Cavallo), 미첼 레스닉(Mitchel Resnick) 같은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의 배경으로는 삐아제(Jean Piaget) 같은 교육학자의 구성주의(Constructionism)가 공통적으로 깔려있습니다. 실제 OLPC는 자기 프로젝트의 배경을 구성주의 철학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기도 합니다(OLPC 접근법의 배경에 대해서는 카발로의 "Models for growth—towards fundamental change in learning environments"의 일독을 권합니다).
분명 OLPC 뒤에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있을 것입니다만, 왜 하필 학습의 미래 그룹 사람들을 언급하느냐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이유는 이 그룹에 속한, 혹은 그 그룹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애정을 갖고 실험해 온 아이디어가 바로 OLPC이기 때문입니다. OLPC 역사의 줄기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OLPC에서 최근까지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훨씬 더 중요해 질 것이며 거기에는 이 그룹이 중심에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앨런 케이는 WSIS 강연에서 OLPC의 도전을 쉬운 것에서 어려운 순으로 보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 컨텐트와 멘토링 순이라고 했습니다.
시모어 페퍼트는 '60년대에 이미 어린이가 컴퓨터를 소유하고 그것을 사고의 도구, 학습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꿈꾸어 왔습니다. 앨런 케이의 다이나북(Dynabook)도 같은 이상이었지요. 이런 선각자들의 노력이 PC나 노트북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80년대 말에 페퍼트는 코스타 리카에서 OLPC를 실험했고,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 네그로폰테는 '90년대 말에 캄보디아에서 학교를 설립하고 OLPC를 추진했습니다. 다시 2000년에 이르러서는 미국 메인주(Maine)에서 페퍼트와 함께 OLPC(실제 이름은 MLTI, 읽어볼만한 글, 동영상)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데이비드 카발로는 태국의 시골지방에서 창발적 설계(Emergent Design)와 컴퓨터 기술 등을 이용해서 현지 사람들이 자신의 환경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했습니다(제가 2000년경 카발로의 논문을 읽었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미첼 레스닉은 어린아이들이 복잡성과 창발성 등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 미래의 유치원을 오래 전부터 실험해 오고 있습니다. 이런 실험과 노력들이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예를 들어 메인주에서는 OLPC를 도입한 학교들에서 출석률이 2배로 늘었다고 합니다(참고로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노트북을 소유하게 되기 때문에 컴퓨터를 쓰려고 학교에 오는 것은 아닙니다).
OLPC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아이마다 랩탑 하나씩"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기에 조소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네그로폰테는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는 모든 문제의 해결에는 교육이란 부분이 들어 있다고(혹은 해결이 교육 자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교육이 해결책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그건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닐 겁니다.
“... if you take any world problem, any issue on the planet -- the big ones, peace, the environment, poverty—the solution to that problem certainly includes education, could even be just education, and, if you have a solution that doesn’t include education it's not a solution at all.” --Nicholas Negroponte.우리는 현란함에 유혹되기 쉽습니다. 손을 들어 달을 가리키면 달은 가만히 있고 손은 움직였고 또 그 움직인 물체에서 뭔가 길쭉한 놈이 유독 도드라져 나왔기 때문에 그걸 쳐다보기 쉽습니다.
시모어 페퍼트는 로고(Logo)라는 컴퓨터 언어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언어가 아이들이 간단한 도형을 그리는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언어가 아이들이 장차 더 세련되고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게 하기 위한 준비용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페퍼트는 학습을 학습하고 사고를 학습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로고를 비난합니다. 너무 단순하다고. 어떤 사람은 로고를 칭찬합니다. 손쉽게 그걸 배우고 나면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이 많이 쌓일 거라고. 페퍼트는 전자 경우는 물고(bite) 후자 경우는 핥는다(lick)고 표현합니다. 그러면서 OLPC에 대해서도 물고 핥는 이야기를 합니다. 누가 무엇을 물거나 핥는다는 말일까요?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키면 강아지는 손가락쪽으로 달려오는데 어린아이는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고 합니다. 그 비유를 중심으로 해서, 페프트가 OLPC 위키에 "학습하기 학습하기"(Learning learning)라는 컬럼을 올리고 있습니다. 신랄한 비판과 풍자, 그리고 통찰이 녹아들어간 글들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OLPC의 진의를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This is our lovely machine, but the project is not ABOUT computers. Although the computer gets all the press and all the excitement OLPC is about children and learning.
The computer is the finger; the Children are the moon.
--Seymour Papert (강조는 김창준)
--김창준
p.s. 마지막으로 OLPC FAQ에서 몇 군데 인용한 글을 덧붙입니다.
Laptops are both a window and a tool: a window into the world and a tool with which to think. They are a wonderful way for all children to learn learning through independent interaction and exploration.
What is the alternative for education? The laptop is cheaper than two or three ordinary textbooks, but gives access to the entire wealth of information on the Internet(참고로, 네그로폰테가 캄보디아에서 발견한 것은 종이의 비용이 무척 높았다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볼 때 랩탑이 종이보다 훨씬 저렴했다는 점입니다 -- 예를 들어 60GB짜리 아이포드 하나에 대략 4MB짜리 책을 집어넣는다고 하면 1만권이 넘는 책이 들어가고, 사람이 하루에 한권씩 읽는다고 해도 40년이 넘게 걸리는 분량의 책을 담을 수 있고, 그 비용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저렴합니다. --김창준). This is for children who cannot walk to a library, and are out of range of any kind of television, educational, commercial, or otherw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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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hould be mentioned, that a common criticism of the project, is to say that what poor people need is food and shelter, not laptops. This comment however is ignorant of conditions in improvished nations around the world. While it is true there are many people in the world who definetly need food and shelter, there are many multitudes of people who live in rural or sub-urban areas and have plenty to eat and reasonable accommodations. What these people don't have, is a decent shot at a good edu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