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블로그에 썼듯이 여러권이 책들이 출간을 막바지에 두고 있습니다. 그 중 User Stories Applied의 번역판인 "사용자 스토리"가 오는 24일에 출고 예정으로 강컴에 떴군요.

역자는 한주영, 심우곤, 송인철 세 분입니다.

아래에 제가 썼던 추천사 초고를 옮겨 붙입니다.





본인은 애자일 방법론을 컨설팅하는 일을 주업으로 해오고 있다. 그 경험으로 보건대, 한 조직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에는 개인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근본적 방법도 있지만 개인들이 어떤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를 바꿈으로서 개선을 하는 방법도 있으며, 후자의 방법은 종종 단기간에 퍽이나 놀라운 성과를 보인다.

대다수 조직에서 병목지점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사람 문제인 경우가 많다. 계획을 누구와 어떻게 세우고 또 그 계획을 어떤 식으로 조율하고 또 그걸 어떻게 공유하는지 등을 바꾸면 숨겨진 다른 문제점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것은 가장 큰 병목이 해결되었기 때문인데, 긍정적인 변화로 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문제점이 많은 조직은 표면적으로는 문제점이 오히려 없는 듯이 보이기 마련이다. 다들 쉬쉬하고 당연히 받아들이며 덮어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문제점이 부상하면 개선은 훨씬 쉬워진다.

XP에는 계획 게임(Planning Game)이라는 실천방법이 있다. 그리고 계획에 대한 책도 일찌기 출판되었다(Planning Extreme Programming, 켄트벡, 마틴파울러). 하지만 상대적으로 XP의 기술적인 실천방법에 비해 고객과 어떤 식으로 일해야 하는지, 요구사항은 어떻게 추출하는 것이 좋은지, 계획은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은지 등은 크게 조명받지 못했던 것 같다. JUnit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사용자 스토리(User Story)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본인은 두가지 정도의 이유를 생각한다. 우선 관련된 정보가 적었다. Planning XP 책이 오래전 출간되긴 했으나 좀 더 상세하고 최근의 흐름을 반영한 업데이트된 자료가 필요했다. 또 하나는 사람들의 성향이다. 각자 개인의 문제만 해결하려고 하고 공동의 문제는 긁어 부스럼으로 여겨 기피하는 성향.

개발자들은 안전한 공간을 원한다. 아늑하고 어두운 구석에서 홀로 프로그래밍만 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 나에게 주어진 제약조건 하에서만 최적을 찾으려고 하면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나와 연결된 노드들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프로젝트 관리자는 물론, 그런 "함께 고민해 바꾸기" 결심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이 설명하는 기법들은 방법론을 불문하고 모든 조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나라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개발팀에도 잘 들어맞는다 -- 현업에서 쓰이거나 혹은 소프트웨어 공학 전문서적에 나온 요구사항 기법들은 지나치게 비대하고 무겁다는 느낌이다. 이 책의 방법들은 중소규모의 팀에서 큰 부담 없이 곧바로 도입해 쓰고 또 효과를 바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책 제목을 "실용주의적 요구사항 관리법"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 책이 국내 개발 조직의 생산성 향상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 물론 개인의 삶에서도 도움이 된다. 이 책의 방법으로 집안 청소를 하는 친구도 있다.




이 책을 다 보신 분에게는 아직 번역되진 않았으나, 동저자가 쓴 Agile Estimating and Planning을 강력 추천합니다. 원래 USA 초고에는 들어있었지만 실제 출간되지 못한 부분(좀 더 일정과 계획, 추정에 관련된 내용들)을 이 책으로 옮겨 보강하고, 다른 내용을 추가해서 쓴 책입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