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애자일을 포함 정말 다양한 방법론을 도입하려고 노력해 왔고 지금도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에 비해 성공률은 그렇게 높은 것 같지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오늘은 이 질문에 한 가지 답변을 해보려고 합니다.

도요타가 자동차 개발, 설계에 대해 업계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론을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 기업들이 앞다투어 도요타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모 경영학자에 의하면 전세계에서 도요타 방식을 도입해 정말 성공한 기업은 딱 한 군데라고 합니다. 도요타 자신이요.

왜 그럴까요?

일반적으로 도요타를 배우려는 기업들은 도요타의 실천법들을 배워갑니다. 안돈, 칸반, 포카요케 같은 것들이지요. 처음 보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눈에 확 들어오죠. 하지만 도요타를 만든 것은 이 실천법들이 아닙니다.

<린 소프트웨어 개발>의 감수의 글에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요타에서 1년간 구현되는 개선 아이디어 개수는 1백만개라고 한다. 제안되는 아이디어 개수가 아님에 주의하자. 하루에 3000개의 개선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된다. 동종 업계의 10배에서 1000배 수준이라고 한다."

도요타가 도요타일 수 있었던 것은 칸반 같은 개별 '베스트 프랙티스'가 아니라 그런 실천법들이 생겨날 수 있는 문화적 풍토와 생성적 과정(generating process) 때문이었습니다. 반면, 누군가는 이걸 보고 "옳다구나, 개선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되겠네"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네요.

칸반 같은 개별 실천법은 상시 변화하고 발전하는 도요타의 특정 시점의 스냅샷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칸반 이면의, 칸반이 나올 수 있었던 구조와 문화입니다.

최근 '더피알'이라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애자일을 진행하는 가운데 가장 빈번히 빚어지는 폐단은 무엇인가?"

저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애자일을 반애자일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예컨대 애자일은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접근법인데, 애자일을 도입할 때 확실성 위에서 진행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된다."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할 때 뭘 해야할지 명확하게 알려달라고 합니다. 근데 그 모습은 전혀 애자일적이지 않습니다. 찾아가는 모습이 애자일입니다. 어차피 방법론 도입이라는 것이 매우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에 정답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전 경험이 이번에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이것은 거의 모든 종류의 방법론 도입에 적용됩니다. 왜냐하면 방법론 도입은 태생적으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현명한 전략은 정해진 수순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탐색하고 조금 나아가고 확인하고를 반복하면서 우리의 현 맥락에 맞는 좋은 전략들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