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제가 참여하는 모 교육과정의 학생들을 위해 쓴 글입니다. 좋은 내용이라 더 많은 사람과 공유했으면 한다는 요청이 있어 블로그에 옮깁니다.)

EBS 등의 다큐멘타리를 통해 보신 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실행 프레임[1](execution frame)을 갖게 합니다 -- 여러분이 얼마나 그림을 잘 그리는지 보고자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의 창의성을 측정해 보려고 합니다, 점수를 매길 거에요, 각자 그림을 하나씩 그려서 내야 합니다 등의 주문을 합니다. 반대로 다른 그룹 아이들에게는 학습 프레임(learning frame)을 갖게 합니다 -- 내가 안그려 보았던 방식들을 실험해 보는 시간이에요, 여러가지 방식으로 실험해 보세요 등의 주문을 합니다.

이 "실험"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을 행동을 관찰해 봅니다. 실행 프레임의 아이들은 논다고 정신이 없습니다. 학습 프레임의 아이들은 계속 그림을 그리는 애들이 많습니다. 실험 이후에 아이들이 그림그리기에 대해 학습한 정도를 비교해 보면 학습 프레임의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이 학습합니다.

위 결과는 여러 분야(사회학, 심리학, 교육학)에서 여러 연구를 통해 거듭 발견된 현상입니다.

본 과정을 실행 프레임으로 보는 사람들은 아마 내가 다음 단계로 올라가냐 떨어지냐에 관심이 많을 겁니다. 만약 떨어지면 이곳의 학습 기회를 보기보다 다른 경쟁체제와 다른 타이틀, 다른 대회에 관심이 갈 겁니다. 하지만 실행 프레임은 여러분의 목표가 학습을 통한 성장이라면 불리한 선택입니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할겁니다. 현재 상황 자체가 어렵지 않냐. 본 과정 자체의 한계가 있지 않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얼마전 모 대기업에서 사내 "코딩 그루(guru)"를 뽑는다고 저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덕분에 모든 후보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SE의 연구에 따르면 뛰어난 개발 전문가들은 사회 자본(social capital) 즉 인맥이 훌륭합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질문 중에 이런 게 있었죠. "당신은 누구에게 질문을 하고, 누가 당신에게 질문을 합니까?"

입사한지 1년 안되는 친구가 이렇게 답하더군요. "아직 1년도 되지 않아서 책보고 코드보고 업무를 배워가는 중인지라 뭐 딱히 누구에게 물어보거나 하지 않고 또 아직 업무파악이 안된지라 누굴 도와주거나 할 입장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인터뷰한, 역시 입사후 1년 안되는 친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직 1년도 되지 않아서 많이 물어보며 배우고 있습니다. X 선임, Y 책임, ... 그리고 제가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주제로 팀내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이 공부해가는 거지요. 제가 출퇴근 시간에 많이 봤던 모 프레임워크 부분이 있었는데 우연찮게 다른 팀원분이 문제가 생겨 어려워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도와드렸죠. 아직 1년도 안되어서 시간이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다른 분들 일을 도와드리려고 나서고 있습니다. A 책임, B 선임, ..."

두 사람의 답은 모두 "아직 입사한지 1년도 되지 않아서"로 시작했습니다만 그 뒤 "자신의 선택과 행동, 반응"은 180도 달랐습니다. 제가 누구에게서 더 높은 잠재성을 봤을까요?

[1] 프레임 : ‘프레임(Frame)’은 흔히 창문이나 액자의 틀, 안경테를 의미한다. 이것은 모두 어떤 것을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심리학에서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서울대 최인철 교수의 책 소개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