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처음 무료 pdf 문서로 인터넷에 공개되었습니다. 애초 버전은 80여장에 지나지 않았는데 몇 번 업그레이드를 하더니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애자일 컨설팅은 2007년에 이 문서를 사내 스터디 한 바 있습니다(정말 꼼꼼하게 공부했더랬죠). 그 때에는 pdf 문서를 프린터로 출력해서 스터디 했습니다. 그 이후로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을 때 이 문서를 추천해 드린 적이 꽤 있습니다.
스크럼을 현실적인 여러 상황에서 1년간 적용해 본 결과 얻은 교훈의 결실이 이 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목에 "애자일 최전선에서 일군 성공 무용담"이라고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영어로는 From the Trenches라고 되어 있죠. 트렌치(trench)는 참호를 말하는데 통상 현업, 실전을 비유하는 단어로 많이 쓰입니다. 그만큼 '이런 부분까지 고려했네'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하고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 스크럼을 적용하다보면 이런 책이 한 권 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 같을 겁니다. 스크럼의 규칙은 간단한데 상황에 따라 변용하고 새로운 규칙을 추가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여러팀이 스크럼을 할 때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지리적으로 분산된 팀들이 일할 때에는? 어느 스토리에도 포함되지 않는 일은 어떻게 처리하지? 이런 종류의 질문에 대해 답을 구하려면 메일링 리스트를 찾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야 합니다. 이 책 저 책에 흩어져 있을 수도 있고요.
여기에 이 책의 첫 번 째 장점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예외적인 상황들에 대해 세세한 해결책을 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의 두 번 째 장점은 스크럼과 XP를 함께 다룬다는 점입니다. 사실 성공을 위해서는 스크럼만으로 부족합니다. 기술적인 훈련과 스킬도 중요하거든요. 프로젝트마다 상황이 다르고, 최대 병목지점이 다르지만 결국은 기술적 문제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XP는 훌륭하고 체계적인 엔지니어링 실천법들로 짜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해나가는 "스크럼 팀"을 보면 실상 XP를 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Scrum + XP라고는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XP Installed, XP Explained 1판(XP 1.0), Planning XP를 합해 놓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역시 그렇다고는 해도 제가 말한 첫 번 째 장점 덕분에 독자적인 가치는 온전합니다.
이 두가지 장점을 생각해보면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지가 대략 나옵니다.
- 추상적, 철학적, 시스템적인 설명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선호하는 학습자 (예컨대, 그래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소리지? 같은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
- 스크럼을 공부해서 적용해보려고 했더니 당장 이 특별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오는 사람 (예컨대 스크럼의 FAQ 목록을 찾는 사람)
- 바로 애자일을 해보고 싶은데 책 한 권만 보고(혹은 보면서) 당장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
다만 철학적인 부분, 원칙에 대한 설명 같은 것은 없기 때문에(부록에 스크럼 입문이 포함되었다고는 해도), 애자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책의 규칙만 따르다가 주화입마 당할 위험성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자일을 처음 접한다면 이 책과 동시에 다른 문서를 적절히 곁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창준
p.s. 인사이트 증정본을 받았는데 책 바인딩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싶은 게, 쪽수가 책의 안쪽에 찍혀 있습니다. 이러면 원하는 쪽을 찾을 때에 불편하지요. 다음 인쇄에는 교정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