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도움이 많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도와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라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제한이 있더군요.
IT 쪽에 있다보니 역시 인맥이 닿아서 IT 전문가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1) 뭔가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지만 2) 마땅히 자원봉사를 할 통로를 알지 못하고 또 직접 나서기에는 쑥스럽지만 3) 뛰어난 IT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아, 이 둘을 연결지으면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여럿이 되면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리스토퍼 알렉산더가 그의 동료들과 함께 멕시코 북쪽에 저비용 주택들을 지어줬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패턴 언어를 사용해서 실제 그 집에 살게 될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고, 건축 과정 내내 거주자와 만드는 사람이 협력하여 하나의 집을 만드는 경험을 하게 했습니다. 대학을 다닐 때 우연히 도서관에서 The Production of Houses에 실린 만드는 사람과 거주할 사람이 밝게 웃으며 작업하는 모습에 가슴 찡해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사무엘 막비와 루럴 스튜디오의 철학과 그들이 쓰레기로 만든 집들을 보며 경이로워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IT 자원봉사자 네트워크(IT Volunteers Network)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메일링 리스트 하나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이트도 갖추고 점점 모양새가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딱히 운영방식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은 있습니다. 비영리 단체에서 저 메일링 리스트에 "도와주세요"를 외칩니다. 그러면 우리 네트워크에서 해당 단체의 목적에 공감하고 열정이 있는 분들이 손을 들고 팀을 꾸려서 도와주게 될 것입니다. 주기적으로 교육을 하고 서로 경험 공유도 하면서 계속 성장하는 네트워크가 되면 좋겠죠.
다른 IT 자원봉사자 네트워크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은 제가 생각하는 이 IT 자원봉사자 네트워크의 특징입니다:
- 특정 기업이 주인이 아닙니다.
- 순수하게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의 "마을" 같은 네트워크입니다.
-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를 건네 주거나 만들어주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지속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 비영리 단체가 진정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이해하고 싶습니다.
디자이너도 필요하고, 기획자도 도움이 될 것이고, 프로그래머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뜻이 맞는 단체에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고 싶었지만 길을 몰랐던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