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늘 어떻게 하면 더 잘 배우고 더 잘 생각할까, 어떻게 우리 뇌를 좀 더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자료들을 모았고, 여러가지 실험도 해봤죠. 특히나 저는 하는 일이나 배경 자체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기 때문에 둘의 교집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죠.
 
그러던 중 제가 번역한 책 "실용주의 프로그래머"의 저자 중 하나인 앤디 헌트(Andy Hunt)가 "네 머리를 리팩토링하라"(Refactor Your Wetware)란 제목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오, 여기 나 같은 사람이 하나 더 있군! 게다가 내가 번역한 책의 저자랑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었다니! 그래서 여기저기 그 강연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려고 노력을 해봤는데 별 자료가 없더군요. 여차여차 하다가 앤디 헌트랑 이메일로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게 2006년 초였습니다.

얼마 후에 그는 "네 머리를 리팩토링하라"(나중에 책 이름을 바꿨죠)란 책을 쓰기 시작했고,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의 상당수를 책에 실게 되었죠. 그 과정 중에 제가 책 리뷰도 하고, 커멘트를 많이 해줬습니다. 원고도 많이 써줬고요. 실제로 종이책에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만.

드디어 그 책이 인쇄되어 나왔습니다. Pragmatic Thinking & Learning : Refactor Your Wetware 저는 아직 손에 받아들지는 못했고요.

(이미지 출처는 아마존닷컴)


감개무량합니다. 수년에 걸쳐 주고 받은 이메일들이 주욱 머리 속을 지나가네요.

앤디가 책 서두에 나오는 "고마운 사람들" 부분에 제 이름을 넣었네요.

Special thanks to June Kim for his many contributions throughout the book, including pointers to far-flung research and stories of his own experiences, as well as his feedback throughout the stages of birthing this book.

원래는 저도 나름의 책을 하나 쓰려고 했는데, 앤디가 쓰고 있는 책을 지켜보다 보니 참견을 안할 수가 없더라고요. 또 참견을 하다 보니 굳이 제가 책을 따로 쓸 필요가 없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 주변 사람들은 이 책을 보면 저자가 각주를 달지는 않았지만 제 숨결이 느껴지는 부분을 여기저기 발견할 겁니다)

하지만 결국 제가 쓴 책도 아니고 해서 저도 아쉬운 부분이 남습니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책을 저 나름대로 쓰려고 다시 노력하는 중이고요.

이 책의 핵심 아이디어는 드레이퍼스 모델과 L-모드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됩니다. 거기에 점차적으로 이것 저것 살이 붙여진 것이지요. 굉장히 다양한 내용들을 한 책에 담았습니다. 아무래도 IT계에 이런 내용의 책이 전무했기 때문에 이것도 넣어야 될 것 같고 저것도 넣어야 할 것 같고, 저자가 욕심을 부릴 수 밖에 없었죠. 저도 욕심을 좀 부렸구요.

저는 모든 지식노동자들이, 그리고 모든 개발자들이 자기의 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쓸까에 신경을 쓸 수 있게 되기를, 또 타고난 뇌보다 내가 가꾸어가는 뇌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하며, 그리고 거기에 이 책이 일조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