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자일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애자일이 캐즘을 넘었다[1]는 이야기가 종종 나옵니다. 사실 이 때 쯤 되면 선각수용자(early adopter) 입장에서 이 아이디어는 더 이상 새롭지도 쌈빡하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분위기를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애자일이 한 물 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상이지요. 더 이상 오피니언 리더들이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거든요. 그만큼 성공사례와 경험이 많이 쌓여서 예전만큼 논쟁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겁니다.

    [1] 캐즘 : chasm, 주요 소비자 집단이 선각수용자에서 전기다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죽음의 계곡. 다수의 벤처 기업들이 이 시기를 넘기지 못하고 실패한다고 한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2008년 2월 보고서(Enterprise Agile Adoption in 2007)를 보면, 북미 및 유럽 지역에서 약 1/4 가량의 기업들이 애자일을 이미 도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애자일 도입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Enterprise Agile adoption has accelerated, increasing approximately two and a half times faster between 2006 and 2007 than between 2005 and 2006.

그리고 이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점은 기업의 규모(직원수)가 클수록 애자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입니다(예컨대 2만명 이상 직원의 기업 경우 34%가 애자일 도입). 그리고 도입이 가장 많이 된 업계는 금융과 보험 업계입니다.

이 보고서의 조사 대상자는 대다수가 IT 의사결정권자였기 때문에, 애자일 도입율은 축소된 것으로 이해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애자일은 스텔스 모드(윗선에 따로 보고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애자일을 실천함)로 적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제 애자일 도입율은 북미, 유럽 지역 경우 적어도 1/4을 상회할 것입니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요? 아직 캐즘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최근 들어 점차적인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웹 서비스 회사(다음커뮤니케이션, NHN, 야후 코리아 등)에서 가장 큰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아이디어 도입이 빠르고 리스크를 감내하려는 실험적 의지가 강한 쪽이라서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제 웹 쪽에는 웬만큼 애자일이 침투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요 몇 년 사이에 국내에서는 특히 게임 업계와 임베디드 업계, SI 업계 등에서 애자일 도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

게임 업계는 잘 알겠지만 요근래에 GDC에서 애자일을 적용해서 게임을 출시한 회사의 성공 사례 공유가 몇 회 있었고, 그것이 촉매가 되어 불 붙듯이 국내 게임 회사에 스크럼이란 애자일 방법론이 퍼지게 되었습니다. 저희도 여러 곳에서 요청을 받아서 수 회의 컨설팅과 교육 등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제가 아는 수준에서는 웹젠, 네오플, T3 엔터테인먼트, 엔트리브, 엔씨 소프트, JC 엔터테인먼트, CJIG, SK imedia, 마이에트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이미 애자일을 부분적 혹은 전체적으로 도입해서 게임을 개발했거나,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임베디드 업계

사실 임베디드 쪽은 "임베디드 업계"라고 뭉텅그려 통칭하기가 곤란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공통된 특성은 있는 것 같습니다. 임베디드 업계는 가장 변화속도가 느린 동네라고 합니다. 제품의 품질에 따른 비용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또 임베디드 쪽에는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공학의 수 십 년 간의 성과들을 이용하고 있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뭔가 체계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는 싶지만 기존의 것들은 너무 무겁게 느껴졌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애자일이 그런 요구에 잘 맞아 떨어졌던 것이죠. 품질에 대해 상당한 강조를 하고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갖추어져 있으면서, 방법론 자체가 가볍고 선택적 적용이 가능하니까요.

노키아에서 전폭적으로 애자일을 도입한 것이 계기가 되어 국내 S사, L사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I 업계

저는 항상 SI 업계에 블루오션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악순환에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품질은 떨어지고, 납기일도 못 맞추고, 비용은 비용대로 들면서, 제품은 맘에 들지 않는 상황 말이죠.

최근 들어 대규모 SI 회사 몇 군데에서 컨택이 들어와서 컨설팅 및 교육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S사 경우는 공공 프로젝트에 애자일을 적용했고, 나름 성과를 얻었습니다. 컨설팅을 끝내고 평가 준비를 하면서 진행했던 참여자(고객 포함) 대상 인터뷰에서 "애자일이 SI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답하시더군요. "애자일을 SI에 적용 못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 회사에서는 경영진의 지원 하에 확대 적용이 진행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국내에 애자일이 어느 정도나 도입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경험이란 것이 제한적일수 밖에 없거든요. 무척 궁금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도입을 시도했는지. 규모는 어느 정도 프로젝트인지. 어떤 것이 효과가 있었고, 어떤 것이 어려웠는지 등.

정말 본격적인 조사는 저보다도 더 적합한 분이 해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저는 사전적인 설문을 해보려고 합니다. 정말 간단한 설문입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께는 통계 분석 결과를 일차적으로 공유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 부탁드립니다.

애자일 도입 실태 설문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