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스터디나 동호회 모임 등 모임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기 시작하면서 모임 전문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커피숍이나 술집 등을 이용했지만 아무래도 모임을 위한 전용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았죠. 저는 이런 모임 공간 단골 중 하나입니다. 사무실 대신으로 쓴 적도 있었고, 제가 진행하는 모임이 서너개인 적도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 빼고 매일 모임 공간을 찾아간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임 공간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옵션들이 있는지 늘 궁금합니다. 하지만 옵션은 별로 없었습니다.

씽크스타라는 모임 전문 공간이 작년 10월쯤 신촌역 근방에 생겼습니다. 모임 전문 공간 사업에 이미 독점적 위치를 가진 곳이 있는 상황에서 경쟁에 뛰어든 용기있는 곳이지요.

신촌에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여러 점에서 마음이 끌렸습니다.

우선 공간이 넓습니다. 기존 모임 공간은 아무래도 시간 대비 수익을 높히기 위해 방 숫자를 무리하게 늘리다 보니 한 두 사람이 쓰는 방은 지나치게 좁습니다. 작은 방은 윗 쪽이 개방되어 있어서 시끄럽기도 하죠. 사실 방이라기보다는 "칸"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씽크스타는 공간이 넉넉합니다. 두 사람이 쓰는 방도 굉장히 쾌적합니다.

그리고 놀란 점은 오픈한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는데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모 모임 공간의 새로 오픈한 지점에 갔다가 냄새 때문에 너무 괴로웠던 기억이 나서 비교가 되더군요 -- 방향제 같은 것을 놔두기는 했지만 별 도움이 안되었습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친환경 페인트, 벽지, 수성 본드 등을 사용했다고 하시더군요.

좌식방 까막별 (사진 출처는 씽크스타 홈페이지)


또 하나 상큼했던 점은 공간의 다양함입니다. 좌식 방이 있습니다. 마치 MT 온 느낌이 듭니다. 한번은 4시간 정도를 대여하면서 2시간은 의자방 2시간은 좌식방으로 빌려서 쓴 적이 있는데 기분 전환도 되고 좋았습니다. 또 "다락방"도 있는데 이곳은 밤하늘 별이 보입니다. 무슨 천체 관측소에 온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먹거리가 건강을 생각한 것들이라는 점이 또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음료, 음식이 친환경 유기농이었고, 물이나 얼음까지도 철저히 정수한 물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대다수의 매장에서는 얼음 정도는 직수(수도물)를 씁니다. 또 공정무역 커피를 쓴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믿음이 가고 철학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방문 때 일부러 모든 방을 돌아가면서 써보면서 사용소감을 따로 종이에 적어 사장님에게 드리기도 했습니다. 사장님이 알고보니 IT 쪽에서 일하신 경험이 있으시더군요.

저는 사실 서울에 살면서 여러 면으로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인간적인 품위와 체면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아침에 콩나물 시루 전철을 타는 것부터가 인간적 품위를 심히 떨어트립니다. 하지만 간혹 그런 것에서 벗어나는 정말 사려 깊은 대우를 받을 때가 있는데 이곳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씽크스타가 좋았고, 그 정신이 좋았습니다.

아는 분들에게 몇 번 말씀드리기도 했고, 저도 신촌 근처에서 모임을 하면 되도록 이곳을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또 꼭 시간을 내어서 제 블로그에 소개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 핸드폰 문자 메세지를 하나 받았습니다. 씽크스타가 5월 1일자로 영업종료를 한다고 합니다. 아, 무척 마음이 아프고 슬픕니다. 또 미안합니다. 왜 이렇게 좋은 곳이 사라져야 하는지 너무 안타깝습니다.

홈페이지에 보면 4월 30일까지는 정상 영업을 한다고 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방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창준